남부내륙철도·평택~오송 복복선 3천억 이상 증액대형사업 위주 삭감 전망 비껴가기재부 "물가상승·용지보상비 증가"
  •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상조 정책실장.ⓒ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상조 정책실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활력을 위해 건설투자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용 이벤트라는 지적을 샀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사업 사업비가 재정 당국의 적정성 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적잖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편익은 고려치 않고 비용만을 따지는 탓에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보다 대패질 당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을 비껴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올 들어 첫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면서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또 "주거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한다"면서 "노후 SOC(사회간접자본) 개선 등 생활 SOC 투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이 코너에 몰리자 건설경기를 살려 경제 부흥의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마침 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워 지역 숙원사업 위주로 추진한 23조원 규모의 예타면제 사업들이 적정성 검토를 거치면서 사업비가 증액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2월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 숙원사업 대부분을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했다. 총 23개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만 24조1000억원에 이른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예타면제 대상의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17개 사업의 검토가 마무리됐다. 이 중 12개 사업에서 총 1조원 넘게 사업비가 늘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인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4조6562억원에서 4조9874억원으로 7.1%(3312억원) 증액됐다. '노영민(대통령 비서실장) 효과'를 봤다고 회자됐던 평택~오송 복복선 사업은 3조904억원에서 3조4477억원으로 11.6%(3573억원) 늘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와 인근 청주시를 연결하는 세종~청주 고속도로(21.4%)와 울산 외곽순환도로(23.6%) 사업비는 가장 큰 비율로 사업비가 증가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트램)은 6639억원에서 7528억원,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는 8251억원에서 9788억원으로 각각 13.4%(889억원), 18.6%(1537억원) 증액됐다.

    SOC 건설투자 사업 중 사업비가 줄어든 것은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과 국도 42호선(백복령~달방) 사업뿐이다.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검토용역 결과 경제성분석(B/C)이 0.479로, 기준치인 1.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온 새만금 국제신공항(7534억원) 등 7개 사업은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

    기재부는 물가상승과 용지보상비 현실화, 필수안전시설 추가 등이 사업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요인은 중장기 계속사업으로 추진되는 SOC 사업 특성을 참작할 때 재정 당국의 고려 대상에서 일정 부분 제외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등 해당 부처, 지자체와 협의 과정에서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부분이 반영된다"고 귀띔했다. 가령 도시철도 건설계획에서 평면교차로를 입체교차로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검토과정에서 사업비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 ▲ 예타 면제 대상사업 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 예타 면제 대상사업 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예타면제 대상사업의 적정성 검토가 유독 증액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애초 기재부가 예타면제 대상사업의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한다고 밝혔을 때 대형 사업 위주로 사업비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평택~오송 복복선화, 새만금 신공항 등이 감액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이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예타와 달리 편익은 고려치 않고 비용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예타 분석은 보수적이어서 사업비는 늘리고 편익은 낮추는 반면 적정성 검토는 비용 만을 보기 때문에 보통 신청된 예산을 깎아낸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KDI는 비용을 추산할 때 예비비(10%)를 포함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업비 규모가 신청 금액보다 커지는 구조다. 비용이 적정한지 들여다볼 때 통상 과다내역을 조정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KDI 관계자는 "사업비가 줄어든 사례가 있는지는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면서 "사업 건마다 (사업비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