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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원유 선물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뿐 아니라 6월물 WTI,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6월물 브렌트유까지 폭락세가 번지면서 투매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20달러에서 11달러로 반토막에 가까운 폭락세로, 장중에는 70% 가까이 밀리면서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일에는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던 5월물 WTI는 이날 47.64달러 오른 10.01달러로 마지막 날 거래를 마쳤다.
원유 1배럴을 사면서 37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마이너스 가격 거래는 원유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닌 선물 거래가 종료되는 시점에 실물 저장 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유가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주요 IB들은 여전한 원유 과잉 공급으로 6월 만기 상품에도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업계도 유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급감에 따른 원유 재고 폭증으로 미국의 경우 원유 재고 수준이 2주 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고 현 상황이 8∼9주 지속될 경우 원유 저장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무리 원유가 싸더라도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비정상적 유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이번 WTI 가격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넘쳐나는 원유 재고와 저장능력 부족 우려 때문"이라며 "OPEC+ 감산 조치가 수요 감소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분간 WTI 가격은 원유재고 소식에 약세를 지속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6월물 만기가 도래하는 5월 20일에도 가격 급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형적으로 유가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원유시장의 정확한 흐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현재 마이너스 유가가 실제 원유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마이너스 유가가 금융시장과 실물 경기에 전이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는 유가 급락 여파가 원유 관련 금융상품은 물론 기업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원유수요와 재고증가 상황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단기적 가격왜곡과 불안정성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원유 관련 금융상품과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급격한 경기침체 영향으로 글로벌 원유의 초과공급 상황이 확대되는 가운데, 재고증가·저장능력 부족이 국제유가 마이너스 거래를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의 실적 전망치는 물론 주가 역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3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24.96% 감소한 4조398억원으로 추정된다.
3개월 전인 7조9425억원에서 49.14%, 1개월 전 5조7192억원 보다 29.36% 줄어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