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낮아 집값 오르는 것 아냐"…재산세 비중 OECD 4위"취득세 부동산가격에 보유·소득세 임대료에 전가"전문가 "6·17대책, 공급 위축시키고 중산층만 옥죄""정권따라 춤추는 비과세·감면·중과 정책 과세불평등 훼손"
  • ▲ 아파트.ⓒ뉴데일리DB
    ▲ 아파트.ⓒ뉴데일리DB

    높은 부동산 세금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하 연맹)은 정부가 1999~2018년 20년간 부동산으로 거둬들인 세수는 총 578조원 규모로 파악됐다고 16일 밝혔다. 부동산임대소득세과 농어촌특별세 등은 제외하고 △취득세 215조원 △등록세 80조원 △재산세 102조원 △종합토지세 9조원 △종합부동산세 20조원 △양도소득세 152조원 등 총 578조원이 징수됐다. 이 금액을 3년 만기(AA-) 회사채수익률을 적용해 지난해 말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786조원에 해당한다.

    연맹은 지난해 한국의 총 세수 중 재산 관련 세금 비중은 12%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4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징수된 786조원 중 취득세 278조원은 대부분 부동산가격에 전가됐다"며 "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소득세는 임대료에 전가됐고 일반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도 일부 임대료와 집값에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연맹은 "수십 년간 정부마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세금으로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는 경험적·이론적으로 잘못된 믿음"이라며 "부동산 세금이 낮아서 집값이 상승하는 게 아니다. '세금은 전가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지식과 부동산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보유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높은 세금은 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는 동결 효과를 유발해 거래를 축소하고 집값에 전가돼 강남 등 선호지역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며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부동산세제 강화정책인 7·10 대책은 정부 의도와 달리 이런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맹은 "부동산가격은 공급과 수요, 부동산 관련 대출정책, 인플레이션, 시중의 유동성, 다른 투자기회, 연금에 의한 노후소득 보장여부, 교육, 수도권·새집 선호, 인구변동, 부동산 세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라며 "그런데도 세금만 올리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허황한 주장이고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은 야권에서도 제기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니어재단이 주최한 '자기 집에서 따뜻한 빵을 먹을 권리: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세금 인상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매번 등장하는 게 세금 정책이지만,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확신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주택공급의 문제로,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후분양제와 청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키고 중산층만 옥죌 것"이라고 우려했다.

  • ▲ 20년간 부동산 세금 징수금액.ⓒ납세자연맹
    ▲ 20년간 부동산 세금 징수금액.ⓒ납세자연맹

    연맹은 또한 비과세와 감면, 중과가 납세자 간 과세불공평을 심화하고 조세의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정권에 따라 중과제도 강화, 약화, 폐지를 반복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면서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세법이 너무 자주 복잡하게 바뀌어 이해·예측 가능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택 연맹 회장은 "조세를 정책적 목적으로 남용하는 것보다 조세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세수 수입목적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며 "원인을 오판해 정책을 편다면 부동산정책이 실패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