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날갯짓에 국내 미디어 시장 지각변동망 사용료 분쟁, 음원저작권 논란 등 각종 이슈 몰고와플랫폼 규제 완화,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 필요 "韓 OTT 경쟁력 입증해야"
  •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연쇄적으로 큰 파장을 보이면서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로 이어진다. 지구 한쪽의 자연 현상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나비효과는 작은 사건이 커다란 결과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된다. 미국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넷플릭스는 1997년 설립 이후 2009년부터 OTT 서비스에 뛰어 들었다. 당시 저렴한 월 정액제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3년에는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 HBO의 가입자 수를 제쳤고, 현재 1억 9290여 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승승장구하며 미디어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집계한 넷플릭스의 지난 5월 기준 국내 모바일앱 순이용자는 637만명으로 2년만에 가입자 수가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출범한 토종 OTT 웨이브(346만명)를 훨씬 앞서는 수치다.

    넷플릭스가 업계의 블루칩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다. OTT 공룡으로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망 사용료 분쟁, 음악저작권료 논란 등 각종 이슈를 몰고 다니면서 국내 미디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외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망 사용료는 CP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는 '넷플릭스 규제법'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사업자에게 인터넷 망 품질을 유지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ISP간 콘텐츠 수익 분배 비율도 논란의 불씨로 남겨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수익 분배 조건이 9대 1로 국내 CP(6대 4)보다 많은 몫을 가지고 간다. 때문에 이통사와 넷플릭스 간 콘텐츠 수익 분배를 둘러싼 역차별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최근 국내 OTT 사업자(웨이브, 티빙, 왓챠)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간 음악저작권료 분쟁의 배경에도 넷플릭스가 있었다. 음저협이 웨이브·왓챠와 같은 국내 OTT 업체에 저작권료를 5배 올리게 된 이유가 넷플릭스의 저작권료(2.5%)와 수준을 맞추겠다는 의도에서다. 음저협은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는 '작은 나비'에 불과하다는 반응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가벼운 날갯짓에 그칠 것 같던 넷플릭스는 이후 '옥자', '킹덤', '이태원 클라쓰'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며 지금의 글로벌 OTT 공룡으로 급부상했다. 4년이 지난 지금 한국 미디어 시장은 그 후폭풍을 감내하며 쓰디쓴 고배를 마시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국내 OTT 플랫폼 규제 완화와 콘텐츠 투자를 통해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8년 기준 6조 9000억원의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를 2022년까지 1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국내 OTT 업체들도 전략적 M&A와 콘텐츠 투자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다가올 미디어 시장 현실을 직시하고 차별화된 시도가 필요한 때다.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비디오 대여를 하는 업체에 불과했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미디어 지형을 뒤흔들 OTT 업체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