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받았는데 소비는 26만~36만원 늘어"피해업종 종사자에 직접 소득지원 필요"KDI,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효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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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 국민에게 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26~3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은 상당 부분 의류, 가구 등 내구재 소비에 쓰여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의 매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해 1월 지급이 예고된 3차 재난지원금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편적' 지급방식보다 '선별적' 핀셋 지급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행정안전부 의뢰로 시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과 '지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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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재난지원금을 준 이후 코로나19로 가라앉았던 소비가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전체 카드매출 증감률을 봤을 때 신규 확진자가 급증했던 8주차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까지 감소했다가 재난지원금 지급 후인 23주차에 13.9% 증가하고서 다소 하락했다.KDI는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을 포함해 신용·체크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재난지원금 규모를 11조1000억~15조3000억원으로 봤다. KDI는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매출액 추이와 지급 이후 매출액 추이를 비교해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늘어난 신용카드 매출액을 4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26.2~36.1%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은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26만~36만원을 신용카드로 더 썼다는 얘기다. KDI는 2009년 대만 소비쿠폰 사례 등을 살펴봤을 때 이 정도 비율의 소비 증대 효과는 외국 선행연구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2~3월 급증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할 즈음부터 둔화했던 만큼 소비 증대 효과에 다소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KDI 분석결과로는 매출 증대 효과는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한달간 매우 크게 나타났고 이후 작아졌다. 현금을 받은 가구의 경우 소비지출(93.7%), 저축(3.8%), 빚 갚기(1.8%) 순으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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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난지원금의 약발이 정작 코로나19로 피해를 많이 본 여행업이나 대면서비스업 등에는 미미했다는 점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16~18주) 매출 감소는 대면서비스(-16.1%), 내구재(-12.7%), 음식업(-10.1%), 필수재(2.1%)의 순이었다. 반면 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액이 늘어난 업종은 (준)내구재(10.8%p), 필수재(8.0%p), 대면서비스업(3.6%p), 음식업(3.0%p)의 순이었다. 재난지원금을 준 직후 가구 매출은 19.9%, 의류·잡화 매출은 11.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면서비스업과 음식업의 매출 증대 효과는 작았다. KDI는 "감염을 우려한 국민들이 대면서비스 소비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KDI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해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대면서비스업종에 대한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 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다"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소비가 줄고 억제되면 감소 폭이 완화하는 모습을 볼 때 철저한 방역이 소비진작의 전제 조건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KDI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했던 지역에선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에도 저소득 가구가 지난해 수준의 소비를 유지했다"면서 "과거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를 구분한) 소득분위 등 간접적인 기준보다 코로나19의 직접 피해 정도에 맞춰 소득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차 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선 경제주체별 피해규모에 대한 자료를 미리 수집하고 분석해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