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근로 0.5%↓·사업 5.1%↓·이전소득 25.1%↑… 2003년 이후 최대 양극화1분위-5분위 소득격차 4.72배, 전년比 0.08배P↑… 4차례 추경에도 분배지표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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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침체에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치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 실질소득 격차가 두분기 연속으로 벌어졌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 거품을 걷어내면 지난해 네분기 내내 소득불균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4분기만 놓고 보면 근로·사업소득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의 감소를, 정부 지원금 등 이전소득은 최대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저소득층 근로소득·고소득층 사업소득 타격18일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 증가했다. 증가 폭은 3분기(1.6%)보다 컸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근로소득은 340만1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5%, 사업소득은 99만4000원으로 5.1% 각각 감소했다. 모두 4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근로·사업소득 모두 지난해 2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사상 처음이다.반면 이전소득은 63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25.1% 급증했다. 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과 각종 수당 등 공적이전소득(41만7000원)이 22.7% 증가했다. 친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22만원)도 30.0% 늘었으나 명절(추석)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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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89만2000원 전년보다 0.1% 감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을 꺼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1%, 비소비지출은 98만6000원으로 0.3% 각각 줄었다.'집콕' 생활이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16.9%)와 가정용품·가사서비스(15.6%)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먹을거리 중에선 고기류(30.5%), 신선수산동물(28.7%), 채소·채소가공품(20.5%)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보건 지출도 평균 27만원으로 8.5% 늘었다. 영양보조제와 마스크 구매가 늘면서 의약품과 의료용소모품 지출이 각각 9.4%와 83.7% 증가했다.반면 의류·신발(-9.2%)과 오락·문화(-18.7%), 음식·숙박(-11.3%) 등 대면 서비스업 관련 지출은 씀씀이가 줄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의 경우 외식·주점 등 식사비는 1년 전보다 11.2% 감소했다. 숙박비 지출도 15.8% 줄었다.세금이나 사회보험금, 대출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네 분기 연속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비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종교시설 운영 중단, 외출·모임 자제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근로소득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인 경상조세(4.4%)와 사회보험료(7.9%)는 증가한 반면 용돈·경조사비 등 가구간 이전지출(-4.0%)과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16.1%)은 각각 줄었다.4분기 가구당 가처분소득(실질소득)은 417만5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3%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줄고 소득은 늘면서 가계 흑자액은 126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8.2% 늘었다. 흑자율은 30.4%로 전년보다 1.7%포인트(P) 올랐다.실질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을 따지는 평균소비동향은 전년보다 1.7%P 내린 69.6%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벌어 69만원을 썼다는 뜻이다. 4분기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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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위 소득 중 공적이전 비중 33.1%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7% 늘었다. 2분위 소득은 0.1%, 3분위는 1.2%, 4분위는 2.0% 각각 증가했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 가구는 1002만6000원으로 2.7% 늘었다.1분위와 5분위 모두 공적이전소득(정부 지원금 포함)이 크게 늘었다. 1분위는 54만3000원(17.1%), 5분위는 26만9000원(11.7%) 증가했다.격차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시장소득에서 벌어졌다. 1분위 근로소득은 월평균 59만6000원으로 13.2% 급감했다. 반면 5분위는 721만4000원으로 1.8%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고용한파가 이어지면서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에서 밀려난 게 컸다.사업소득은 반대로 나타났다. 1분위 사업소득은 27만9000원으로 6.2% 늘었다. 5분위 사업소득은 182만7000원으로 8.9% 줄었다. 이는 3분기 1분위는 8.1% 줄고 5분위는 5.4% 늘었던 것과는 반대 양상으로, 5분위 사업소득이 급감한 것은 4분기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3, 4분위도 사업소득이 각각 5.7%, 5.1%씩 감소했다. 사업소득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월평균 소비지출은 1분위가 16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는 반면 5분위는 451만2000원으로 0.4% 줄었다.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음료(23.4%), 주거·수도·광열(14.8%), 보건(12.9%) 순으로 지출 비중이 컸다. 5분위는 교통(15.9%), 식료품·비주류음료(13.1%), 음식·숙박(12.6%) 등의 순이었다.1분위 실질소득은 137만6000원으로 2.2% 증가했다. 5분위는 789만5000원으로 2.3% 늘었다. 1분위는 매달 평균 24만4000원의 적자를, 5분위는 월평균 338만3000원의 흑자를 냈다.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불균형 지표로 불리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악화했다. 이 지표는 실질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1분위와 5분위를 비교한 것이다. 4분기 균등화 소득배율은 4.72배였다. 5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이 1분위보다 4.72배 많다는 뜻이다. 1년 전(4.64배)보다 0.08배P 늘었다. 수치가 오르면 그만큼 소득격차가 벌어졌다는 얘기다.앞선 3분기엔 균등화 소득배율이 4.88배로 1년 전보다 0.22배P 올랐었다. 두 분기 연속으로 분배가 악화한 것이다. 2분기에는 0.35배P 줄었만, 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준 긴급재난지원금 때문이었다. 정부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뺀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분기 8.59배(2019년 1분기 8.02배), 2분기 8.42배(2019년 2분기 7.04배), 3분기 8.24배(2019년 3분기 7.20배)에 이어 4분기에도 7.82배(2019년 4분기 6.89배)로 악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