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직원 커뮤니티서 잇단 망언… 여론 공분 부추겨변창흠 "사장으로 '청렴' 끝없이 얘기해"… 면피성 발언 뭇매재임시절 LH 청렴도 '꼴찌'… 부패방지시책 1→4등급 추락
  • ▲ 국토위 출석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국토위 출석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집단 투기 의혹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강 해이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직전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과 함께 리더십이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0일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글을 올린 이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고 썼다. 또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 등의 표현도 나왔다. 또 다른 글에선 "너무 억울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서 정보 요구해서 투기한 것 몇 번 봤다. 일부러 시선 돌리려고 LH만 죽이기로 하는 것 같다"는 주장도 폈다.

    LH가 이번 사태가 불거져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4일에는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라는 적반하장식 글이 올라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LH는 해당 글의 게시자가 현직 LH 직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태도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블라인드에는 해당 회사 전자우편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하고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LH 이런 해명에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공분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설령 게시자가 해임·퇴직자라 해도 LH의 조직문화와 기강 해이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 ▲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연합뉴스
    ▲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연합뉴스
    불똥은 앞서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게 튀고 있다. 변 장관은 이번 사태가 촉발된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땅 구매 시기가 LH 사장 재임 시기(2019년 4월~2020년 12월)와 상당 부분 겹치면서 관리·감독 책임이 불거졌다.

    전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변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일부 야당 의원은 변 장관에게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없는지 묻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투기에 둔감한 국토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요즘 (자리에서) 물러나란 얘기 들리죠"라며 에둘러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 장관은 이날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다시 한번 눈총을 샀다. 변 장관은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반칙과 특권을 철저히 도려내야 한다"고 지적하자 "평소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실행에 노력해왔는데, 결과적으로 일부의 일탈이 나타났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뿌리 깊은 LH의 구조적 부패가 드러난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변 장관이 사실상 이번 사태의 책임을 LH 일부 직원의 일탈로 규정한 셈이다.

    변 장관은 심 의원이 "LH 사장으로 2년간 재직하며 부패 방지를 위해 조치한 게 있나"라고 묻자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며 "'공기업의 존립 이유는 투명성과 청렴'이라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변 장관이 기관장으로 있을 때 LH 청렴도 평가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LH는 변 장관이 재임하던 2019년과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에서 사실상 꼴찌에 해당하는 4등급을 받았다. 청렴도 평가는 1~5등급으로 구분된다. 5등급으로 평가된 기관이 없어 4등급이 사실상 최하위 등급이다. LH는 변 장관 재임 전인 2018년에도 4등급이었다.

    변 장관 답변대로면 LH 청렴도가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거나 변 장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LH의 부패방지 시책평가다. LH는 이 평가에서 2017~2018년 1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변 장관이 사장으로 부임한 2019년 3등급, 지난해 4등급으로 주저앉았다. 이 부분은 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거론됐지만, 이번 LH 투기 의혹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 ▲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변 장관 경질론에 일단 선을 그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변 장관) 경질을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단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변 장관 거취에 대해선 따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변 장관의 퇴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이날 MBN에 출연해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