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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통위

구글 인앱결제 시행까지 미온적 대응조승래 의원 "방통위 의지 약하고 부담스러워 해"초고속인터넷 품질 논란, 텔레그램 N번방 사태 등 선제적 대응 노력 無

입력 2022-07-04 10:49 | 수정 2022-07-04 11:52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의지가 약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행과 향후 과제 논의’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관련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미온적 태도에 시민단체·콘텐츠 제작사(CP) 등은 물론, 국회에서까지 한목소리로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 1일부터 아웃링크 결제를 금지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은 6월 1일부터 모두 퇴출하겠다는 엄포를 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두 달이란 유예기간 동안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구글의 공지 이후 한 달이 지난 5월 중순부터 구글·애플·원스토어 등 앱 마켓사업자를 대상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실태점검에 착수했을 뿐 여전히 결과물이 없다.

방통위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얼마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피해 발생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 방통위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방통위의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위의 공정거래법이 이중 제재가 될 수 있어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방통위와 공정위가 이를 조율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어 법 제정 시에는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법을 시행할 때가 되니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위의 늑장 대응이 이어지는 동안 CP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이미 웨이브·티빙·시즌 등 OTT업계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4~15% 수준의 요금 인상에 들어갔고 멜론·플로(FLO) 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도 약 15% 요금을 인상했다.

이에 따른 이용자들의 피해도 발생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웨이브·티빙 등 OTT 서비스, 멜론·플로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1255만여 명이 연간 최대 2300억 원의 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앱결제가 아닌 웹페이지 결제를 이용하면 기존과 동일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정이 번거로워졌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방통위의 늑장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초고속인터넷 품질 논란 당시에도 방통위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10기가 인터넷을 제공하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를 실태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업무 소홀로 이통3사의 서비스 품질 문제를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밖에도 2년 전에 발생한 N번방 사태 때도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면서 지탄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론화가 됐던 바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으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해야 방통위가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임기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최대한 성실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한 위원장이 밝힌 각오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소를 잃어야만 외양간을 고치는 ‘땜질식 정책’이 아닌 선제적 대응을 통한 피해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준 기자 kimdj@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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