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첨단3지구 유력설에 지역사회 기대감 확산전공정보다 첨단 패키징 후공정 가능성에 무게인력·물류·공급망 경쟁력 검증이 최종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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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광주 반도체 공장 신설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재계와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광주 첨단3지구로 향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호남권 첫 대형 반도체 생산거점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왜 하필 광주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반도체 공장은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수십년 동안 운영되는 국가 핵심 산업 인프라다. 입지 선정 역시 정치적 고려보다 공급망과 인력, 물류, 생산 효율성 등 산업 논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광주 투자설이 단순한 지역 개발 이슈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검증받아야 하는 이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광주 첨단3지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요구한 부지는 약49만6000㎡, 15만평 규모로 전해진다. 광주시는 함평 빛그린산단과 광주공항 인근 부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미 산업 인프라가 구축된 첨단3지구가 유력 후보지로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가 가장 가능성 높게 보는 시나리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패키징 중심의 후공정 공장이다. 반도체 생산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완성된 칩을 조립·검사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광주에 거론되는 시설은 평택이나 용인처럼 대규모 전공정 팹보다는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후공정 거점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공정 팹은 막대한 초순수와 전력, 송전망, 폐수처리 인프라가 필수다. 실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수와 전력 확보 자체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반면 후공정은 전공정에 비해 용수와 전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기존 산업단지 인프라를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기흥·화성·평택에 전공정 생산라인을 두고, 온양과 천안에서 패키징·테스트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다른 지역에서 패키징하는 방식이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광주 첨단3지구가 전공정보다 후공정 거점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패키징의 전략적 위상도 높아졌다.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을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은 AI 가속기의 성능과 수율, 공급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으로 부상했다. HBM이 AI 반도체의 첫 번째 병목이었다면, 패키징은 다음 병목으로 꼽힌다. 삼성 입장에서도 메모리와 패키징을 묶은 후공정 역량 강화는 AI 반도체 경쟁에서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광주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주변 인프라다. 광주 첨단3지구는 광주 북구·광산구와 전남 장성군 일대에 조성 중인 약362만㎡ 규모 산업단지다. 국가 AI데이터센터와 AI집적단지, 연구개발 인프라가 들어서며 정부 AI 산업 육성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세계적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의 광주 증설 계획도 맞물려 있다. 앰코는 광주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며 투자 규모는 약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앰코 투자가 동시에 현실화될 경우 광주는 AI데이터센터, 후공정 공장, 연구개발 시설이 결합된 AI 반도체 후공정 벨트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광주 투자설을 과도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AI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패키징 공장이 같은 지역에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시너지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전산 인프라이고, 패키징 공장은 제조시설이다. 실제 산업적 연계성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가장 큰 변수는 인력과 공급망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경기 남부와 충청권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SK하이닉스 이천·청주, 수백개의 소부장 기업이 이 축에 밀집해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중시하는 이유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숙련 인력, 장비 유지보수, 협력업체 대응 체계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는 반도체 제조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후공정 공장이 전공정보다 입지 부담이 작다고 해도, 고급 엔지니어와 숙련 오퍼레이터 확보, 협력업체 유치, 장비 유지보수망 구축은 별도 과제다. 수출 물류 역시 수도권 공항과 항만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비용과 시간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SK하이닉스의 투자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단독 투자만으로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일본 등 여러 투자 후보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반도체 투자 계획이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가 반도체 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AI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라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인력, 물류, 공급망 경쟁력을 보여줘야 실제 투자와 클러스터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