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진 5%안팎 유지"… 강달러에 하락속도 더딜 듯기대인플레 두달째 내려… 국제유가 하락에 기저효과도 기대근원물가 넉달째 4%대 고공행진… 겨울철 난방수요·고환율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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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거듭 소비자물가 10월 정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낙관하긴 어렵다. 고환율에 겨울철 난방 수요 등 변수도 여전하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하고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에 몸살을 앓고 있고 환율은 요동을 친다"며 "복합위기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긴장하며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당분간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경기 활성화로 정책의 무게를 옮길 것"이라며 '10월 물가 정점론'에 대해 "이 전망은 현재도 변함없다"고 덧붙였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가는) 10월 정점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원화 절하로 내려가는 속도가 더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물가는 환율, 주요 선진국의 경기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텐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5% 안팎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정부는 추석 이전부터 '3분기 물가 정점론'을 언급해왔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5.7% 올랐다. 상승폭이 5%대로 내려앉은 것은 3개월만,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은 7개월 만이다. 일각에선 7월(6.3%)에 이미 정점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한때 배럴당 130달러 안팎까지 치솟으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국제유가가 90달러 밑으로 내려왔고, 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도 안정세를 보인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0월부터 3%대로 올라섰던 만큼 다음 달부턴 기저효과도 예상된다.한은이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은 4.2%로 8월(4.3%)보다 0.1%포인트(p) 내렸다. 지난 7월(4.7%)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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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물가 변동상황을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적잖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상승세가 여전하다. 8월 지수는 106.53으로, 1년 전보다 4.4% 상승했다. 4개월째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상승폭만 보면 전달(4.5%)보다 0.1%p 둔화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0.6%p 축소되고, 전달 대비 0.1% 내린 것과 달리 근원물가는 상승폭 둔화도 소폭에 그친 데다 전월 대비 0.2% 상승해 오름세가 여전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105.7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올랐다. 전달 대비 0.3% 오르며 5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때 시장 일각에서 '울트라스텝'(1.0%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도 미국의 8월 근원물가 상승폭이 0.6%로 전달(0.3%)보다 2배 올랐기 때문이다. 근원물가지수는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물가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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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인상도 불안요인이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전기료와 도시가스료 인상 수위를 논의 중이다. 산업부는 일정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7일 CJ제일제당,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제조업체와 물가안정간담회를 열고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수입 원자잿값 상승에 공공요금마저 오를 경우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