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0.3%… 소비 0.5%↑·투자 4.0%↓제조업 2.6%↑… 1년 전보다 3.3% 감소 '비상'5월 제조업 BSI 94.1, 1년째 기준치 밑돌아제조업 둔화 심각… 공장수 2%대 증가·면적 1%대 그쳐
  • ▲ 산업생산.ⓒ연합뉴스
    ▲ 산업생산.ⓒ연합뉴스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 한국 경제가 파행을 겪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제조업 업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된 가운데 그나마 소비가 역성장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0.3%로 조사됐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4%) 이후 힘겹게 반등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0.5%)가 성장률을 견인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0.2%, 정부 소비는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0.1% 각각 늘었다.

    반면 전통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과 제조업은 상황이 녹록잖은 실정이다. 먼저 수출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호조로 3.8% 증가했다. 수입도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5% 늘었다. 하지만 순수출은 성장률을 0.1%포인트(p) 갉아먹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의 경우 0.2% 감소했다. 도소매·숙박음식업(-1.3%), 운수업(-3.1%)을 중심으로 줄었다. 전기·가스·수도사업(-2.0%)과 농림·어업(-2.5%)도 뒷걸음질 쳤다.

    제조업은 2.6% 증가했다. 운송장비·1차금속제품 등에서 늘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3.3% 감소했다. 제조업 총생산은 지난해 2분기(-0.7%), 3분기(-0.8%), 4분기(-4.4%)를 거치며 감소세를 보이다 올 들어 3개 분기 만에 반등했다.

    수요 부진에 따른 반도체 침체가 영향을 끼쳤다.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설비투자에도 악영향을 줬다. 1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가 줄면서 4.0%나 감소했다.
  • ▲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추이.ⓒ한은
    ▲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 추이.ⓒ한은
    문제는 경기 둔화 흐름에 제조업 업황 전망마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금융업 제외·385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93.8로 나타났다. 전경련의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 이후 14개월째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전달보다 '부정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94.1, 비제조업이 93.3으로 조사됐다. 12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제조업과 비(非)제조업 BSI가 1년이나 동반 부진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31개월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중 일반·정밀기계와 장비(119.0), 목재·가구와 종이(111.1), 식음료·담배(110.0)는 경기 호조가 전망됐다. 금속·금속제품(100.0)은 기준선에 턱걸이했다.

    전자·통신장비(72.2), 섬유·의복(76.9), 의약품(83.3), 비금속(83.3), 석유정제·화학(88.6), 자동차·기타운송장비(89.5) 등은 경기 부진이 예상됐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 BSI는 2020년 10월(71.4)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 ▲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전경.ⓒ연합뉴스
    ▲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전경.ⓒ연합뉴스
    국내 제조업은 성장 둔화가 심각하다. 지난달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최근 제조업 입지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1년 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제조업 공장 수는 20만2146개로 1년 전과 비교해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공장 수는 2016년 이후로 증가 폭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공장 수는 2015년까지 매년 3∼5% 증가해 왔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연평균 증가율은 3.1%였다. 하지만 2016년(2.4%)부터는 주로 2%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했던 2020년에는 증가율이 0.6%까지 하락했다.

    공장용지 면적도 증가율이 주춤한 상태다. 2013년 4.58%였던 증가율은 2018년 1%대로 내려왔다. 코로나 사태를 겪었던 2020년에는 0.24%까지 곤두박질쳤다. 2021년 1.65%로 소폭 반등했으나 1%대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직전 10년간 평균 증가율과 비교하면 공장 수와 공장용지 면적 증가율 둔화는 더 두드러진다. 공장 수 증가율은 2002∼2012년 연평균 5.3%에서 2012∼2021년 3.1%로 2.2%p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장용지 면적 증가율은 3.0%에서 2.4%로 0.6%p 줄었다. 제조업 성장 둔화로 고용은 줄고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제조업 공장은 생산뿐 아니라 고용을 창출·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대외적인 위협 요인과 인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제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다시 열기 위해 앞다퉈 제조업 부흥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생산시설 국내 이전)은 물론 외국기업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겨오게 유도하는 온쇼어링이 본격화하고 있다. IRA 시행으로 각국 기업의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중국은 '중국제고 2025', 일본은 '일본재흥전략'을 각각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