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 기대감↑… 메모리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세10월 제조업 취업자수 -7.7만명… 10개월째 감소세政 "기저효과에 경기 회복에도 고용 개선까진 시차 필요"신규 취업 비중 외국인노동자 압도적… "내국인 유인 필요"
-
반도체 회복세를 중심으로 우리 수출이 반등 동력을 쌓아가고 있지만, 정작 제조업 고용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 들어 10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신규 취업도 외국 인력에만 의지할 뿐 내국인은 극소수에 달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이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진 시차가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통계청의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452만5000명)과 비교해 7만7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450만2000명) 이후 440만 명대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통계 지표상 전체 고용시장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9.7%로 1년 전과 비교해 0.8%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실업률은 2.1%로 0.3%p 떨어졌다. 총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4만6000명 늘어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가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줄었다 . 교육서비스업·부동산업 등이 수개월째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 주력 업종인 제조업의 하락세가 거셌다.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세는 올 1월 마이너스(-) 3만5000명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이어졌다. △3월 -4만9000명 △5월 -3만9000명 △7월 -3만5000명 △9월 -7만2000명 등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7만7000명은 10개월 사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달은 10만 명에 육박했던 4월(-9만7000명)이었다.
-
◇제조업 '훈풍'인데 고용시장은 '한파'… "고용 개선까지는 시차 필요"이런 감소세는 최근 우리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양상이다.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냉각돼 있다. 최근 우리 수출의 플러스 전환에는 반도체의 공이 컸다는 점에서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세는 모순처럼 보인다.관세청의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550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지난해 9월(2.3%) 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달 무역수지는 16억4000만 달러 흑자였다. 수출 플러스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이달 초순(1~10일) 수출도 9월과 지난달 초순과 비교하면 상승으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수출액도 크게 뛰면서 고무적이다. 이달 초순 수출은 18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9월 초순 수출은 149억 달러(-7.8%), 지난달 초순 수출은 116억 달러(-1.7%) 수준으로 이달 초순의 실적을 한참 밑돌았다. 지난달 플러스 전환한 전체 수출의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인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여기엔 반도체 수출의 회복세가 크게 작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89억7000만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4.7% 하락했다. 플러스 전환을 달성하진 못했으나 -4.7%의 수출 감소율은 올 들어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올 1월 61억5000만 달러(-43.5%)에서 4월 64억7000만 달러(-40.6%), 7월 75억4000만 달러(-33.7%)로 회복세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4.7%)은 올 1월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개선됐다.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가 16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하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45억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0% 상승했다. 올 1월(-57.3%)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후 8월(-26.1%)과 9월(-18.0%) 연속으로 앞자릿수를 바꾸며 개선했다. D램의 가격 회복세가 반도체 수출 회복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D램 고정 거래가격은 2021년 3분기(7~9월·4.10달러) 이후 지속 하락하다가 9분기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정부도 제조업 경기의 회복세와 고용시장 불황 간의 미스매치를 인식하고 있다. 다만 제조업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늘어나는 것은 지난해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며, 경기 회복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약간의 시차가 필요하다는 방어적인 입장이다. 김시동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15일 관련 브리핑에서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지난해 좋았던 기저효과가 많이 반영됐다. 지난달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취업자 수보다 많은 수준"이라면서 "수출이 늘고 반도체에서도 회복 흐름이 있지만, 고용 개선까지는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
◇제조업 신규 인력 대다수 '외국인'… "도입 불가피하나 내국인 유인책 병행해야"제조업 신규 취업을 대부분 외국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용시장의 우려 중 하나다. 신규 취업 중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하면 내국인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10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1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용허가제(E9·H2) 외국인 수가 12만 명이었다. 이들의 비중을 제하면 내국인은 되레 3000명 줄었다.고용허가제 외국인의 고용보험 가입은 올해 들어 정부가 외국 인력 도입을 적극 확대하면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 가입자는 20만5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만9000명 늘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90%쯤은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 이들을 제외한 제조업의 고용보험 증감을 보면 △6월 6000명 △8월 1000명 △10월 -3000명 등으로 갈수록 둔화했다.정부는 제조업에 대한 외국 인력 비중을 갈수록 늘려나가고 있다. 이달 접수를 시작한 올해 5회차 고용허가제 신규 고용허가서의 총 1만2900명 중 제조업에 5000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할당했다. 정부는 올 8월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서는 제조업 사업장 외국인 고용 한도를 기존 9~40명에서 18~80명으로 늘리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내년에는 전체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E9 비자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늘려 한국에서 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정부와 기업들은 제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 인력의 확대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내국인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이미 뚜렷한 흐름으로 굳어지고, 청년층의 신규 유입 없이 기존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산업 기반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다. 다만 지속적인 내국인의 유입 노력도 중요한 사안으로 지목됐다.이기중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 실장은 "청년층이 제조업에 취업해 일하길 기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산업 현장이 중단되지 않으려면 외국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외국 인력 확대를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 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국인이 제조업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인책 등을 만들어서 외국 인력 도입과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