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김상철 회장, 차남 가상화폐 비자금 조성 혐의오너일가 사법리스크에 그룹 지배구조 사업방향 흔들한컴 1990년대 이후 9번 주인 교체… 2번 배임횡령 불명예김 회장 장녀 김연수 대표 2세 경영 타격 불가피
  • ▲ 한컴타워 전경. ⓒ한컴
    ▲ 한컴타워 전경. ⓒ한컴
    한글과컴퓨터그룹이 가상자산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홍역을 겪고 있다. 김상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해 차남이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오너일가 리스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국내 '벤처 1세대'로 꼽히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한컴의 위상도 추락하는 모양새다.

    1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말 김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기소된 김 회장 차남인 김 모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씨 등은 한컴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을 빼돌려 9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 이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가상화폐 운용사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 모씨 역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아로와나토큰은 2021년 4월 20일 국내 코인 거래소 첫 상장 당시 30분 만에 1075배 치솟으면서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당국은 한컴위드 이사였던 김씨와 아로와나테크가 브로커를 통해 코인 거래로 매도 차익을 거두고 96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형성했다고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 역시 깊이 관여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한컴 오너일가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방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한컴은 김 회장 장녀인 김연수 대표가 2021년부터 2세 경영을 전개 중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한컴MDS 등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 11곳을 정리하고, AI·데이터 분야의 공격적인 투자 및 M&A를 전개하며 그룹의 재정비를 맡아 왔다.

    하지만 한컴의 최대주주인 한컴위드 지분율은 김 회장(15.77%)이 김연수 대표(9.07%)의 두 배에 웃돈다. 김 대표의 모친인 김정실 사내이사도 3.8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 회장과 김 이사가 2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이 여전히 굳건한 상태다.

    한컴 내부적으로도 경찰의 잦은 압수수색과 오너 교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한다. 한컴은 1990년 이찬진 사장이 창업한 이래 현재까지 9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이 가운데 두 번은 현재 김 회장 오너일가와 마찬가지로 횡령 혐의로 수장이 교체되는 비극을 맞이한 바 있다. 백종진 프라임그룹 대표와 김영민 삼보컴퓨터 컨소시엄(셀런) 대표와 동생인 김영익 한컴 대표 모두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컴의 주가 역시 급락하며 사법리스크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컴위드 주가는 전일 대비 3.8% 떨어진 2655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1월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전 최고가를 찍었던 5040원 대비 47.32% 급락한 상태다.

    김 대표 측은 그룹 오너일가의 사법리스크로 확전되는 것에 실질적인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컴위드를 변성준, 김연수 각자대표 제제로 전환해 경영 건전성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한컴위드를 보안 기업에서 금융 기업으로 전환하는 등 경영 환경 재정비도 구상 중이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그룹은) 최근 AI·데이터 분야의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통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재정비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