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시장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10일 국민연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으로부터 롯데그룹의 주주권 행사 여부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롯데그룹에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 향후 기업에 끼치게될 영향 및 해외 사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훈 당 정책위의장은 보고를 받기 전 "오늘은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대응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연금) 실무진으로부터 현황을 파악하는 자리"라고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주주권한 강화 방안 추진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은 다음에 당에 보고를 하고 나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김무성 대표이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롯데 사태와 관련해 "이번 롯데 사태는 집안 재산 싸움인데 피해 보는 것은 우리 국민"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지켜낼 수 있도록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 계열사 주가가 내려가면서 시가총액 1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13.49%)의 최대주주이자 롯데칠성음료(13.08%), 롯데하이마트(12.46%) 등의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보유하고 있다.
단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는 지금껏 주총 소집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의결권 행사 외 경영 참여와 관련된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연금이 기업지분 소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해 놓은 점도 같은 맥락에 있다.
즉, 새누리당이 바라는 대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이사진 추천, 주총 소집 등으로 이어질 때는 '허위공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전적으로 확대할 경우, 국민연금공단 내부 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최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며 "이건 정부나 정치권이 기금운용 통제를 통해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의미의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더군다나 롯데 사태에 따른 반(反)기업 움직임 등이 심상치 않자, 정치권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을 두고 '오버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미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지난 7일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신규 순환출자를 막는 롯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6일 당정은 해외계열사의 동일인 관련자 지분 현황과 해외계열사의 국내 해외계열사 출자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하면 전체 기업에 해당될 테고 국민연금 외의 기관투자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정의의 사도 같은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지만 잘못하면 거꾸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지고 재벌구조를 개선하거나 정의의 사도처럼 나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식 가치를 높여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더 튼튼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