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톱10 지수’, 한 달간 14% 하락…금리인하 수혜주 줄약세견고한 美 경제 지표·연준 인사 매파적 발언에…동결 확률 43.8%트럼프 당선인 통화정책 개입 변수…“통화정책의 중립성 흔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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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긴장감 고조와 트럼프발(發)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횡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견조한 경제 지표·리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22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2.70% 하락했으며 코스닥 지수도 8.31%가 빠졌다. 이 기간 지수 하락을 주도한 매도 주체는 외국인으로 국내 증시에서 4조836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7637억원, 2조4579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주요 섹터 중에서는 금리인하기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 기술, 건설, 증권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편입된 ‘KRX 바이오 TOP 10 지수’는 14.46% 급락했는데, 이는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가운데 33위로 하위 3% 수준이다.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유한양행이 25.26%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알테오젠(23.86%) ▲SK바이오팜(22.38%) 삼천당제약(17.75%) ▲한미약품(16.52%) ▲SK바이오사이언스(15.16%) ▲셀트리온제약(11.89%) ▲삼성바이오로직스(11.80%) 등이 두 자릿수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셀트리온이 7.47% 하락한 반면 HLB는 간암 신약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현장 실사(BIMO)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8.80% 강세를 보였다.

    이 밖에 ‘KRX 정보기술’ 지수가 한 달간 9.02% 내렸고 ‘KRX 증권’과 ‘KRX 건설’도 각각 4.46%, 3.28% 하락하면서 29개 KRX 지수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들 섹터가 약세를 나타낸 것은 견조한 미 경제 지표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줄어들면서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이어 지난주 발표된 강한 경제 지표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으로 조정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해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으며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9월 증가율이 기존 수치의 2배 이상 높은 0.84%로 상향 조정되면서 탄탄한 미국 소비 경기가 재확인됐다”고 했다.

    또한 21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10~16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조정 기준 21만3000명으로 전주보다 6000명 감소했으며 시장 예상치(22만명)도 밑돌았다. 이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날 또한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10월 기존주택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3.4% 급등하며 직전 달에 기록한 최저 수준에서 벗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증가하며 2021년 7월(1.8%)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 증가세로 전환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도 잇따랐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며 “통화정책은 조금 더 느리게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20일 플로리다 팜비치 포럼클럽 연설에서 “중립금리에 대한 나의 추정치는 팬데믹 전보다 훨씬 높다”며 “따라서 우리는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중립적인 기조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는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확률은 56.2%, 현 수준(4.50~4.75%)에서 동결할 확률은 43.8%로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도 통화정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 대선 후보 당시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최소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내 경우, 많은 돈을 벌었고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많은 경우에 연준이나 그 의장이 될 사람들보다 더 나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연준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도 “백악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유사한 형태의 통화정책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대통령 또는 재무부의 구두 개입을 통해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흔들 확률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홍지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트럼프 2기 재정적자(국채 발행) 확대 우려와 견조한 미국 경기 모멘텀 속 리플레이션 우려·통화정책 경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 속도 조절론에 의해, 중장기적으로는 채권시장 수급 우려가 이어지면서 금리 상승에 의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