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조사대상 25개 중 13개 오염 심각… 환경호르몬도 검출
  • ▲ 사용이 중지된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 트랙.ⓒ연합뉴스
    ▲ 사용이 중지된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 트랙.ⓒ연합뉴스

    수도권 초등학교에 설치된 오래된 우레탄 트랙의 절반 이상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기준치를 최대 106배 이상 웃돌아 납 범벅인 우레탄 트랙도 있었다.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성분이 검출된 곳도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해 5~12월 수도권 초등학교 30곳의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 트랙에 대해 유해물질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25곳 중 13곳에서 납이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인조잔디 파일과 충진재, 우레탄 트랙에 대해 납·카드뮴·크롬·아연·수은·비소 등 6개 중금속과 프탈레이트 7종의 함유량을 측정했다.

    조사결과 인조잔디 파일과 충진재에서는 중금속이 기준치 밑으로 나왔다.

    그러나 우레탄 트랙에서는 조사대상 25개 중 52%인 13개에서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우레탄 트랙은 설치한 지 오래된 것일수록 오염이 심각했다. KS 표준이 제정되기 전인 2010년 11월 이전 설치한 제품에서는 10개 중 7개(70%)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평균 2162㎎/㎏으로 기준치의 24배가 넘었다. 최대 기준치의 106배가 넘는 9585㎎/㎏이 검출된 것도 있었다.

    KS 표준이 마련된 2010년 11월부터 KS 표준이 강화된 2013년 10월 사이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는 10개 중 5개(50%)가 기준치를 넘겼다. 평균 489㎎/㎏으로 기준치보다 5.4배 많이 검출됐다.

    KS 표준이 개정된 2013년 10월 이후 제품에서는 5개 중 1개(20%)에서 기준치를 웃돌았다. 평균 141㎎/㎏으로 기준치의 1.6배가 검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공과정에서 우레탄 트랙을 빨리 굳히려고 납을 추가했거나 안료 중에 함유된 중금속 또는 주변 환경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추정했다.

    프탈레이트 조사에서는 우레탄 트랙에서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 1종이 검출됐다. DEHP는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하려고 첨가하는 인공 화학물질로, 무색무취의 액체다.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 추정 물질로 사용이 금지됐다. 현재 KS 기준치는 없다.

    조사대상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93명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노출과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납과 DEHP 위해성이 일부 우려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납은 위해도 1.24로 분석됐다. 이는 최대허용량보다 1.24배 많이 노출됐다는 의미다. 1.0 이상이면 위해가 우려되는 수준으로 판단한다. 납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뇌 신경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DEHP 발암위해도는 3.29×10만분의 1로 나타났다. 60세까지 지속해서 노출됐다고 가정할 때 10만명당 1명이 암에 걸릴 확률인 1×10만분의 1을 초과했다.

    이번 조사와 병행한 초등학교 교실 87곳의 프탈레이트에 대한 발암위해도 평가에서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관련 부처에 알리고 우레탄 트랙 관리대책을 마련키로 했다"며 "교육부에는 우레탄 트랙에 앉지 않기와 손 씻기 등 학생 행동요령 교육을, 국가기술표준원에는 프탈레이트에 대한 KS 기준치 설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현재 초등학교 6011개소 중 인조잔디는 795개소, 우레탄 트랙은 1323개소에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