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이틀 연속 1480원대 … 연고점 근접현대차·기아 등 미국 판매 비중 높아 환차익 효과부품사, 주요 원자재 조달 단가 상승해 부정적 파급수입차 브랜드 가격 인상 불가피 … 현지보다 높아
  • ▲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캐딜락
    ▲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캐딜락
    1480원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른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부품·원자재 조달 단가 등이 상승해 자동찻값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3.5원 오른 1483.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고점에 근접한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던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환율이 이틀 연속으로 1480원 위에서 마감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484.9원에 개장해 149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대차·기아 등 달러화로 결제되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율 상승분만큼 외화 매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선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2조2000억 원, 1조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 매출이 약 4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 데다 다른 지역 수출 대금도 상당수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 ▲ 완성차들이 수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완성차들이 수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원화 가치 약세가 이어지면 주요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자동차 부품사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는 결국 차량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주로 완성차 업체에 중장기 계약으로 납품 계약을 고정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 상승분을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2·3차 중소 협력사들은 수익성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수입 완성차 브랜드도 직격탄을 맞는다. 수입차 업체는 통상 본사에 달러·유로화로 차량 대금을 송금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치명적이다. 특히 전일 원·유로 환율이 1747원 선까지 오른 만큼 국내 진출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캐딜락은 최근 출시한 대형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를 미국 판매가보다 5000만 원 비싸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운송비, 관세, 물류비 등 추가 달러 결제 비용이 더해지면서 국내 판매 가격이 미국 현지 가격보다 수천만 원 더 비싸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고환율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내년 6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하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내년 2월 말까지 두 달 연장한다.

    당초 5%인 자동차 개별소비세율은 3.5%로 인하된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는 100만 원이지만 개별소비세와 연동돼 산정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VAT) 인하 효과를 고려하면 최대 143만 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유류세는 현재 휘발유 7%,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는 10% 인하 적용되고 있는데 내년 2월 말까지로 그 기한을 늘린다.

    정부는 "물가 안정 및 민생 회복 지원을 위해 유류세 인하 및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한을 연장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