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는 국방부가… 상업용 반출 원천 금지·산업계 의견 수용 여부 관건구글 "안보 위협 없어·산업 혁신에 악영향" vs 국내업계 "투자 없이 세금만 회피"
  • ▲ 구글.ⓒ연합뉴스
    ▲ 구글.ⓒ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2일이나 23일께 세계 1위 검색 엔진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신산업 육성을 막는 규제라는 주장과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칼자루는 국방부가 쥐게 될 전망이다. 결정 기간에 안보와 관련한 2016 을지훈련이 예정돼 있어 분위기도 구글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업용 지도 반출 불가… 안보 등 국익에 영향 없을 때만 예외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요청에 따라 이날 지도국외반출협의체(이하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아직 구체적인 회의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협의체에는 국토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한다. 정부는 2차 회의에서 구글이 지난 6월1일 신청한 국내 지도데이터 반출을 허용할지를 정할 예정이었다. 협의체에서 간사 역할을 맡는 국토지리정보원은 최근 정책토론회 등에서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관한 각계의 다양한 주장이 제기돼 심도 있는 검토·논의가 필요하다고 2차 회의 연기 이유를 밝혔다.

    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축척 1:2만5000 이상의 지도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 국외로 반출이 금지된다. 다만 2014년 이후로 협의체에서 허용하면 국외 반출이 가능하다. 안보 등 국익에 영향이 없는 경우로만 돼 있을 뿐 허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두고 있지는 않다. 예외조항은 구글이 2010년 지도반출을 요청한 이후 만들어졌다. 아직 협의체에서 지도반출이 허용된 사례는 없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BMW가 예외조항이 만들어지기 전에 지도 반출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을 뿐 구글을 제외하면 신청 자체가 없다"며 "애플은 구글의 신청 동향을 예의주시하다 반출이 어렵다 판단하고 국내 제휴업체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차 회의는 다음 주말에서 다음다음 주 초쯤 열릴 예정이다. 구글의 반출 신청에 따른 행정처리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다. 소식통은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처리 기한을 넘길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부처별 일정이 있어) 논의 시간에 대한 쟁점이 있을 뿐 다른 변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처리 기한이 임박해서 22, 23일께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칼자루는 국방부가 쥐게 될 공산이 크다.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지난 6월 국방부의 '주요 보안 시설 블라인드 처리 후 반출' 의견이 나온 이후 산업부문의 다양한 의견이 나온 터라 이를 안보 관련 부처에 전달하고 수용할 것인지를 따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협의체 의사결정 방식은 다수결이 아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전체합의 방식이다. 사실상 국방부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구글이 원하는 형태의 지도데이터 반출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청와대 등 주요 보안시설 블라인드 처리 의견과 관련해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토지리정보원은 조심스럽다는 태도다. 국토지리정보원 한 관계자는 "담당 부서이지만, 협의체에서 산업계 의견도 들어 회의를 총괄하는 처지"라며 "1차 회의에서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3.0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간정보 무상개방과 관련해선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외국인도 개인은 무료 사용이 가능하지만, 구글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어서 다르다"고 덧붙였다.

    분위기도 구글에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 개최 시기에 안보와 관련해 2016 을지훈련이 예정돼 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정보 주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 가운데 다음 주 제71주년 광복절도 앞두고 있다.

    ◇구글 "산업 혁신에 지장" vs 국내 업계 "국내 서버 기피는 세테크 꼼수"

    구글은 2010년에도 우리 정부에 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구글은 한국 지도를 국외로 가져가 자사 간판 상품인 구글 지도(구글맵)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 한다.

    구글은 지도 반출을 허락하지 않으면 한국이 관련 산업의 혁신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8일 국회에서 '공간정보 국외 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구글은 지도 반출이 한국판 구글맵의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에어비앤비처럼 구글 지도에 기반을 둔 신산업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은 전 세계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다른 나라에서 제공하듯이 한국에서도 제공하고 싶다"면서 "안타까운 것은 한국에 지도 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도입이 늦어지거나 그 결과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구글이 지도 정보를 저장하는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은 채 전면적인 지도 반출을 고집하는 이유가 '세테크'와 무관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법에선 서버의 위치를 고정사업장으로 본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인적·물적 설비를 포함한 고정사업장이 해외에 있는 사업자에게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매길 수 없다. 서버가 국외에 있는 구글의 경우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매출고를 올린다 해도 과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구글도 국내법을 지키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달 15일 강원 춘천시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이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서버를 국내에 두는 게 맞고, 국내에서 돈을 벌었으면 정당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는 안되고 구글은 되는 일이 많다"면서 "구글처럼 자금력이 있는 회사가 왜 한국에 서버를 두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도 정보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연간 2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출을 허가하면 구글은 3억원쯤의 적은 비용으로 지도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어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국내에 서버를 두더라도 보안과 서비스의 효율성을 위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스템에 자료를 분산해 중복 저장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관련 부처의 주요 보안시설 삭제처리 조건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서 제공하는 구글맵 서비스를 검열할 근거가 없고, 위성사진의 경우 세계 각국의 업체가 엄청난 양을 유통하고 있어 사실상 구글의 삭제만으로는 안보 실익이 없다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