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당부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6월 임시국회는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야당은 일제히 추경 예산안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야당이 반발한 인사들에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회 내 협치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추경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위를 단독으로 소집했으나 결국 야당의 반대로 파행됐다. 

애당초 민주당은 이날부터 추경안 심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모조리 불참을 통보하면서 회의는 불발됐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간 7월 임시국회나 8월 임시국회에서도 추경예산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새 정부가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추경에 날을 세웠다. 

그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미래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게 자명하다"면서 "대통령 추경 시정 연설에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기조에 초조한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가장 시급한 일자리 추경 심사가 야당의 무책임한 발목잡기 탓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면서 "청년 고통과 국민의 한숨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고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효과가 있다"면서 "추경은 추경일뿐 야당이 지금처럼 다른 것과 연계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상임위에 복귀한다면 즉각 추경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다음주에도 줄줄이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어서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추경안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0.12%p 올리고 일자리를 8만3천개 늘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정부의 에측치보다는 파급효과를 낮게 본 것인데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와 내년에 각각 0.2%p씩 국내총생산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예산처가 정부보다 낮은 성장률을 제시한 데는 고용창출 효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 11조2천억 규모의 추경안 중 전체 융자 지출 계획이 4조3천억원으로 전체 40% 비중을 차지한다. 

예산처는 "융자 지출은 최종 수혜 대상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경제적 효과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