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늦춰지며 연장 목소리 커져현대차·기아 64세안 앞줄에현대중공업 1+1 이상 제기동국제강 61세 → 62세 선제 타결2+1 혹은 2+2 확대 전망
  • ▲ 지난해 열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대회ⓒ뉴시스
    ▲ 지난해 열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대회ⓒ뉴시스
    인구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노사협상을 앞둔 노조들의 요구안에도 정년연장은 최상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확정하고 오는 30일 사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섭안 핵심인 임금의 경우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요구한 18만4900원에 비해 14% 감축된 수준이다. 대신 노조 측은 60세인 현행 정년을 4년 더 늘리는 것을 5대 핵심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수급 문제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이주노동자 채용은 기술유출을 불러일으키고 인력난 해소의 본질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인식"이라며 "숙련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년연장은 시급한 현안"이라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도 지난해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 정년연장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작년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 직전까지 갔던 포스코 역시 정년연장이 노사 주요 쟁점이었다. 이들 기업 노조들은 중단기 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64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연장이 화두로 떠오른데는 본격적인 개혁을 예고한 국민연금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지지를 받으며 소득 크레바스(공백기)가 길어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정년(60세)을 맞는 1964년생이 국민(노령)연금을 받는 시점은 3년 뒤인 2027년이다. 반면 내년 정년을 맞는 1965년생은 이보다 1년 더 미뤄진 4년 뒤(2029년) 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5년 뒤 정년이 되는 1969년생 이후로는 소득 크레바스가 5년으로 길어진다.

    노동계의 요구에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숙련공 역할이 중요한 제조업의 경우 그 딜레마가 더 깊다. 최근 정년을 61세에서 62세로 연장한 동국제강도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노사가 서로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근속 직원일수록 임금 수준이 높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 채용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일부 기업들이 정년에 도달한 직원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 재고용에 합의했고,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1만3000명 규모의 고령 인력을 재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재고용 시스템은 향후 2+1, 2+2 등과 같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주요 노조가 65세 정년이 아닌 64세안을 내세운 이면에도 이런 속내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제조업 노조 간부는 "내년부터 정년 이후 소득 단절현상이 더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노동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며 "재고용 시스템 확대를 통한 점진적인 정년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