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공세 全산업군 확산반도체~패션까지 전방위 잠식美·EU와 달리 관세장벽도 안 먹혀"전방위적 국가전략 수립 긴요"
  • ▲ 중국 위안화ⓒ뉴시스
    ▲ 중국 위안화ⓒ뉴시스
    <편집자주>
    중국산 제품이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 싼 맛에 찾던 '싸구려'가 아니다. '대륙의 실수'로 웃어 넘길만한 일부의 문제도 아니다. 가전, 스마트폰 등 작은 물건에서 자동차, 선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제품까지 중국산이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관세라는 장벽을 세우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중국의 자본·물량 공세에 극도로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방비로 몰린 국내 산업이 살아남기 위한 길이 남아 있는지 찾아본다.

    싼 맛에 찾던 중국산 제품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으로 차별성을 나타냈던 한국산 제품에게는 심각한 위협이다. 미국 중심의 기술 연대가 공고해지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첨단 산업에 투자를 늘려 독자 기술로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베이징오토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자율주행 시스템 '첸쿤 ADS 3.0'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연말까지 50만대의 차량에 첸쿤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진화된 주행 시스템 등장에 이날 중국 증시에서 루이밍지수, 웨이디구편 등 스마트드라이빙 관려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기차는 최근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다. 지난달 샤오미가 내놓은 첫 전기차 SU7은 불과 한달도 안 돼 7만대가 팔려나갔다. SU7은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 S와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싸지만, 포르쉐를 닮은 디자인과 준수한 성능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BYD는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선두 기업인 미국의 테슬라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승용차 수입은 아직이라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이미 우리 도로는 중국산 전기차가 점령 중이다. 국내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지난해 54%로 뛰어오르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보조금을 감안한 국산 전기버스 가격은 중국산에 비해 1억원 가까이 비싸 시장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 ▲ 중국 전기차 기업 BYD 생산과정ⓒBYD코리아
    ▲ 중국 전기차 기업 BYD 생산과정ⓒBYD코리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중국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 공업정부화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동력 배터리 누적 수출은 87.1% 성장하며 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공급업체의 40% 가량이 중국산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현재 동력 배터리 특허 중 74%를 보유하는 등 기술력에서도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산 제품 속에 중국산 부품으로 숨어있던 가전에서도 중국산 브랜드가 전면에 표시되기 시작했다. 샤오미TV는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가성비 혼수품으로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특히 100인치 안팎의 초대형 제품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한 로봇청소기 로보락은 자체 분석으로 국내 점유율을 35.5%로 보고 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산 스마트폰도 몰라보게 발전했다. 기술력도 발전한데다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물량 공세가 거세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대비 64% 폭증했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은 24% 급감했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으로 민족주의가 고조되면서 한 때 애플을 구매했던 고객들이 국내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한국의 독무대였던 조선업도 중국에 따라잡힌지 오래다. 지난해 세계 조선업계 누적 수주량에서 중국은 60%(1117척)을 쓸어가며 2위 한국을 넉넉하게 앞서갔다. 한국의 수주량은 24%(218척)에 그쳤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박 등 고부가치선박 위주로 수주하며 수익성을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에서는 다시 역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3년이 중국의 기술력 추격을 뿌려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으로 본다. 중국이 굴기를 내세워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전략 산업을 키웠고,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기업을 지원한 것처럼 정부의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우종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중국은 한국에 있어 여전히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현지 소비 동향 및 수입구조 변화 예측과 이에 따른 우리 수출 구조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래 산업에서 한국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국내 기술 인력 양성 및 R&D 투자 확대 등 전방위적 국가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