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없는 국내 프랜차이즈… "편법 동원해 수익 창출"끊이지 않는 오너 리스크,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
  • 전국 6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의 꿈을 심어 준 프랜차이즈산업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미스터피자, BBQ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피자헛 등 인기 브랜드들은 '갑질' 논란으로 피멍이 들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때 서민을 대표하던 프랜차이즈 산업이 악의 축으로까지 불리게 된 구조적 문제점과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업계의 진솔한 목소리를 上, 下 두 편에 나눠 들어본다. <편집자주>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기영 협회장(오른쪽 두번째). ⓒ이종현 기자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기영 협회장(오른쪽 두번째). ⓒ이종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마치 프랜차이즈 산업을 죽이겠다는 협박문 같았거든요. 이대로 가다가는 다 같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A사 관계자)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들의 갑질과 비리 이슈가 연일 터지면서 김상조 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빼든 날카로운 칼날은 프랜차이즈를 정조준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MF 시절 수많은 실업자에게 창업의 꿈을 제시하고 희망을 준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로 불렸던 프랜차이즈 산업은 갑질과 폭리, 비리를 일삼는 악덕 기업 이미지로 낙인찍혔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가맹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정보제공 강화, 가맹점주들의 지위·협상력 제고 등 고질적인 갑·을 관계를 뿌리뽑기 위한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를 자생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궁지에 내몰린 것은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점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 '로열티' 없는 국내 프랜차이즈… "편법 동원해 수익 창출"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노하우와 경영 방법, 원재료, 영업장 관리 등 A부터 Z까지의 모든 정보를 가맹본사가 가맹점에게 제공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가맹본사는 이같은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가로 가맹점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낸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로열티'가 없다.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만이 월정액으로 20~50만원 가량의 '로열티'를 받고 있고 대부분의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로열티'가 아예 없다.

업계 관계자는 "로열티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가맹본사가 로열티 없이 가맹점주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굳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걸 받지 못하니 가맹점에 제공하는 원자재 등의 물류비에서 생기는 마진이 본사의 수익이 되는 구조"라며 "그렇다보니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고 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미스터피자의 '치즈 통행세'가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동생 부부가 소유한 물류회사 등을 중간업체로 끼워 넣어 50억원대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원자재 뿐만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여러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인 '로열티'를 받지 않으니 이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수익을 꾀하는 업체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조정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5273개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36%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 관계자는 "36%도 상당히 많이 부풀려진 것"이라며 "파리바게뜨나 롯데리아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로열티를 받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로열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본사가 로열티를 받겠다고 하면 그 반발은 더 거셀 것"이라며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협의를 통해 로열티 문화를 정착시키고 물류비나 인테리어비용 폭리를 취한 업체들에는 강한 처벌을 내리는 등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 ⓒ뉴데일리DB
    ▲ (왼쪽부터)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 ⓒ뉴데일리DB


  • ◇ 끊이지 않는 오너 리스크,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부분 창업주인 오너가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오너의 의사 결정이 기업의 경영 전략과 방향성을 결정짓고 전략적 투자나 신제품 출시까지도 오너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다.

    그러나 오너 중심의 독단적인 경영 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논란,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과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벌였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 회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가맹점 매출이 최대 4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제왕처럼 군림하는 현재의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오너 리스크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
    개인의 책임으로만 끝내기엔 전국 가맹점주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관련 사건이 터지면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퇴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는 오너는 본 적이 없다"며 "회사를 개인 사유물로 생각하는 오너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물론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잘못이 마치 프랜차이즈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 해석되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며 "업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잘못된 관행을 철폐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응한다면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주부터 맥도날드·롯데리아·엔제리너스커피(롯데지알에스)·BHC·굽네치킨 등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피자, 치킨 등 주요 50개 외식업종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일제히 점검에 들어간다. 조사 결과는 9월께 발표될 예정이며 조사 대상을 계속 확대해 매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