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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일본인 기업가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54) 소프트뱅크 회장은 20일 "한국과 일본, 중국의 기업들이 아시아로 뻗어나가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본 취재진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일본·중국의 인터넷 회사들이 소프트뱅크를 통해 아시아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동방 특급(Orient Express)'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현재 2억3천달러를 출자해 한국의 127개 벤처기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0년 후에는 협력사를 전 세계적으로 5천개사로 늘리겠다면서 "이제는 정보혁명과 관련된 회사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관련 회사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점차 성장하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KT와 데이터센터 사업을 함께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넥센, NHN, 엔씨소프트, 한게임 등 한국의 IT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소프트뱅크의 30년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300년 후 컴퓨터의 능력이 인간 뇌의 10의 60승 배가 되고, 30년 후 단말기 1개에 5천억곡의 노래가 저장되는 등 정보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런 '슈퍼 인텔리전스'를 통해 인간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기업을 300년 이상 지속하기 위해 조직을 '전략적인 시너지 그룹'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삼성 그룹은 다 '삼성'을, LG그룹은 다 'LG'라는 브랜드를 붙이지만, 소프트뱅크는 '야후', '알리바바' 등 각각 다른 브랜드를 쓴다"며 "그렇게 하면 중앙집권 형태를 띠지 않고 각 회사가 자율적이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 환경에서는 수많은 회사가 탄생하고 도산 또는 인수되는데,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가면 실패한 회사의 리스크(위험)를 다른 회사에 분산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손 회장은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로 손꼽히는 손 회장은 19세 때 이미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현재 그것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엔 지식을, 30대엔 자금력을 쌓고 40대엔 인생을 걸고 목표에 매진하며, 50대엔 완성된 사업을 영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60대엔 다음 경영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몇 년 후 60대가 됐을 때 경영권을 물려줄 사람을 육성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라는 학교를 열고 20∼40대인 300명의 학생에게 리더십 교육을 펼치는 중이다.
손 회장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에서 왕을 중심으로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나오는 것처럼,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의 학생들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차기 지도자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10여년 간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나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2001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전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으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녹색성장서밋 2011'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일본에서 한국인 부모의 피를 이어받고 태어난 손 회장은 1981년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이후 그는 1996년 야후 일본을 설립하고 2001년엔 일본 최초로 초고속인터넷인 ADSL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프트뱅크를 종합 통신회사로 키워나갔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그룹 내 활동뿐 아니라 왕성한 사회적인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대지진 이후 개인 재산 100억엔(약 1천300억원)을 지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고, 태양광 발전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