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향 공급 '기정사실화'HBM3E 8단, 12단 모두 긍정적"고객 요구시 TSMC서 파운드리 가능""6세대 HBM4, 내년 하반기 양산""범용 메모리 재고 건전화… 투자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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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연됐던 엔비디아향(向)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이 임박했음을 인정했다. 3분기 중에 퀄테스트(품질 인증)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한 삼성은 4분기엔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해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 과정 상 중요 단계를 넘겼다"면서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여기서 삼성이 말하는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풀이된다. 삼성은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퀄테스트 단계를 밟아왔지만 반년 넘게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해 고전했다.삼성이 이번에 엔비디아 퀄테스트가 임박한 제품이 HBM3E 8단 제품인지 12단 제품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제품 모두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해당 제품 모두 엔비디아 공급망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향으로 HBM3E 8단과 12단 모두 판매 확대에 나설 것"이라면서 "4분기에는 HBM3E 제품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삼성은 지난 3분기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모두 양산해 판매를 시작했다. 덕분에 3분기 기준 HBM 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 이어 4분기 본격적으로 엔비디아 등 복수의 고객사에 공급이 결정되면 3분기보다 훨씬 더 폭발적으로 HBM 매출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실적발표에서 엔비디아 공급을 눈 앞에 둔 삼성이 앞으로는 보다 공격적으로 HBM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도 돋보였다.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6세대 HBM인 'HBM4'에서 기술 리더십을 선점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고객 요구 우선'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특히 자사 파운드리에 연연하지 않고 TSMC 등 경쟁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이 같은 의지를 전면에 드러냈다.김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4는 복수의 고객사들과 커스텀(맞춤 제작)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의 만족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며 베이스다이 파운드리를 고객사 요구에 따라 내부와 외부에 상관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당초 삼성이 메모리부터 패키징, 파운드리까지 올인원(All in One)으로 토탈 서비스(Total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HBM 영업에 나섰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고객사에 자사 서비스를 모두 사용하도록 강요하는게 아니라 고객사가 원하는대로 맞춤형 HBM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지난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 실적이 저조했던 원인으로 지목된 범용 메모리 시장은 4분기에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점쳤다. 서버 수요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모바일과 PC 등 소비자향 수요는 4분기에도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이런 까닭에 삼성은 일부 범용 제품 생산을 제한하고 선단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며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김 부사장은 "일부 레거시(범용) 제품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며 선단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전 분기에 이어 연내 재고 건전화 작업을 마무리해 사업 체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같은 전략에 따라 설비투자(CAPEX)도 증설보다는 전환 투자에 초점을 두고 내년 전체 규모는 올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수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단공정과 HBM, DDR5 같은 고부가 제품으로의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