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더 조인다"… 제한 안 풀고 신규 막고 상환 유도까지

시중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대출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연초 당국에 제출한 연간 대출 목표치를 맞추려면 증가세 둔화를 넘어 잔액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던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향후 해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애초 국민은행은 다음달부터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측면에서 아직 수요 억제 조치를 완화하기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해 운용하기로 했다. 만기가 줄어들면 DSR(총부채원리상환비율)이 높아져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으로 주담대 취급 기준을 강화한다”면서 “한시적으로 축소 운용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설정했다. 

은행권은 연말을 앞두고 신규대출 문턱을 높인 데 이어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 유도에까지 나서면서 대출 총량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1월 말까지 가계대출 중도 상환 해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부동산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상환되는 규모가 클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면서 “연간 경영계획 대비 실적 비율을 맞추기 위해 연말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실적 초과 금액은 신한은행 1조8000억원, 국민은행 1조5000억원, 하나은행 9000억원, 우리은행 6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