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치니, 게오르규, 담라우 등 거론됐지만 역부족... ‘다음 세대 기다려야할 듯’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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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디바’ ‘불멸의 소프라노’로 일컬어지는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타계한 후 세계는 그의 후계자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마리아 칼라스보다 3년 늦게 태어난 조안 서덜랜드의 경우 데뷔는 칼라스와 비슷한 시기에 했지만, 1950년대 오페라 무대를 짧게 달구고 떠난 칼라스와 달리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오랜기간 유럽과 미국 무대를 누비며 칼라스의 공백을 차지했다.

     

    조안 서덜랜드와 함께 몽세라 카바예(1933~)와 레나타 스코토(1936~ ) 에디타 그루베로바(1946~)도 걸출한 활약을 보이며 오페라의 디바로 명성을 날렸다.

     

    이들에 이어 1959년생인 르네 플레밍과 티치아나 파브리치니, 1965년에 태어난 나탈리 드세이, 안젤라 게오르규, 페트리샤 라세트 등이 새로운 오페라 스타로 떠올랐다. 이어 디아나 담라우(1971~) 안나 넵트레코(1975~) 등 디바들이 90년대 이후 잇따라 무대에 등장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들 가운데 ‘깊은 중저음에다 화려한 극고음’을 동시에 갖추면서 ‘제2의 칼라스’ 평가를 받아온 소프라노는 티치아나 파브리치니, 안젤라 게오르규다. 하지만 안젤라 게오르규의 경우 소리를 지나치게 넓혀 이제는 극고음 카덴짜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라 스칼라에서 극찬은 받아온 디아나 담라우, 티치아나 파브리치니도 ‘칼라스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오페라는 물론 크로스오버 음악을 폭넓게 섭렵하면서 클래식 대중화 활동을 펼쳐온 안나 넵트레코는 무리한 발성으로 웬만한 소프라노 레퍼토리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마리아 칼라스의 후계자는 다음 세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마리아칼라스 맥을 이은 서덜랜드-카바예-스코토-그루바로바

     

  • ▲ 조안 서덜랜드ⓒ
    ▲ 조안 서덜랜드ⓒ

    1926년 오트레일리아에서 출생한 조안 서덜랜드는 시드니음악원을 나와 코벤트 가든에 데뷔한 해 칼라스가 타이틀 롤을 부른 ‘노르마’에서 클로틸데로 출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지휘자 리처드 보닝과 결혼, 남편의 권유로 발성을 리릭에서 콜로라투라로 바꾼 후 코벤트 가든에서 ‘루치아’의 타이틀 롤을 불러 극찬을 받았다. 61년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 루치아로 데뷔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제1인자로서 명성을 굳혔다.

    1990년 12월 코벤트 가든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비롯 수많은 동료 음악인들이 출연한 가운데 가진 고별 콘서트는 영원히 남을 무대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93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몽세라 카바예는 1956년 바젤에서 자코모 푸치니의 ‘라보엠’에 미미 역으로 데뷔했다. 1964년 뉴욕연주회에서 도니체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지아’를 불러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듬해인 1965년에는 뉴욕의 미국 오페라협회가 주최한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에 데뷔하여 대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중반부터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로 자리를 굳혔고, 이후 볼프강 모차르트에서부터 조아키노 로시니, 빈센초 벨리니, 가이타노 도니체티, 주세페 베르디, 자코모 푸치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를 끊임없이 넓혔다. 특히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에서는 티 없이 맑은 톤과 섬세한 호소력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1936년 이탈리아 출생인 레나타 스코토는 19세에 밀라노의 테아트로 누오보에서 ‘라 트라비아타’로 데뷔했다. 1953년에 즉시 스칼라 극장에 초대됐다. 소프라노 레제로로서 출발했기 때문에 데뷔 이후 수년간은 가벼운 여러 역으로 활약했다.

     

    1957년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단이 에든버러 음악제에 객연했을 때 ‘몽유병의 아가씨’를 부르고 있던 마리아 칼라스의 대역으로서 무대에 올라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스코토 무대는 전세계로 넓어지고, 칼라스, 테발디의 뒤를 잇는 이탈리아 오페라계 제1의 소프라노로 떠올랐다.

     

    1970년대에는 리리코 스핀토에 가까운 성질과 드라마틱한 표현이 가능한 강점을 갖추게 돼 ‘노르마’에서 ‘가면 무도회’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최고의 위치를 누렸다.

     

  • ▲ 에디타 그루베로바ⓒ
    ▲ 에디타 그루베로바ⓒ

    1946년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에디타 그루베로바는 브라티슬라바 콘서바토리를 졸업한 후, 1968년 브라티슬라바에서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로지나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건너가 오페라 가수 루틸데 뵈쉬를 사사하고, 1970년에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으로 주목받게 됐다.

     

    그 후 그루베로바는 전세계를 무대로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청교도’의 엘비라, ‘리골레토’의 질다 등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당대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칭송받았다.

     

     미-러 출신 ‘오페라스타’ 르네 플레밍과 티치아나 파브리치니

     

  • ▲ 에디타 그루베로바ⓒ

    르네 플레밍은 1959년 미국 펜실바니아주 인디애나에서 태어나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성장했다. 부모가 성악교사여서 어릴 때부터 노래를 배웠고, 그 외에도 피아노, 바이올린, 무용 등을 배워 다재다능했다. 뉴욕 주립대와 이스트먼음대, 줄리아드음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독일에서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를 사사했다.

     

    198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의 콘스탄체 역으로 데뷔했고, 8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 합격했다. 같은 해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역으로 스타덤에 올라, '백작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플레밍은 1991년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한데 이어 앙드레 프레빈, 게오르그 솔티 등의 명지휘자들의 총애를 받으며 성장했다.

     

    바로크 오페라부터 현대 오페라 초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플레밍은 종교음악, 가곡, 재즈 등 만능 엔터테이너의 자질을 갖췄다. 미국에서는 대중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크림 같은 목소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깊이 있고 포근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무대에서 배역에 대한 몰입이 뛰어나다.

     

    역시 1959년생인 티치아나 파브리니치(Tiziana Fabbricini)는 러시아 출신으로 1992년 라 스칼라에 혜성과 같이 등장 ‘제2의 마리아 칼라스’ 평가를 받은 소프라노다.

     

    1992년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스칼라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로 출연한 파브리니치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스칼라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갈채를 받았다.

     

    라 스칼라의 비올레타 역은 마리아 칼라스 이후 철옹성과 같았다. 1955년 마리아 칼라스의 공연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레나타 스코토가 나름대로 잘 연주하고도 야유를 받은 것을 비롯, 37년간 수많은 소프라노들이 도전했지만 칼라스의 카리스마를 극복할 수 없었다.  

  • ▲ 라 스칼라에서 비올레타역으로 '제2의 마리아칼라스' 평가를 받은 티치아나 파브리치니ⓒ
    ▲ 라 스칼라에서 비올레타역으로 '제2의 마리아칼라스' 평가를 받은 티치아나 파브리치니ⓒ

    그러나 파브리치니는 강하게 어필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처리와 섬세함을 표현해내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파브리치니는 이후 유럽과 미주 각 오페라극장을 섭렵하며 활약하고 있으나, 스칼라 데뷔 당시 오페라계를 흔들었던 파장이 더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1965년생 나탈리 드세이-안젤라 게오르규-페트리샤 라세트

     

    나탈리 드세이, 안젤라 게오르규, 페트리샤 라세트 등 3명의 걸출한 소프라노들은 1965년 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 안젤라 게오르규ⓒ
    ▲ 안젤라 게오르규ⓒ

    루마니아 출신인 안젤라 게오르규는 부쿠레슈티음악원을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1992년 런던 코벤트가든 왕립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체를리나 역으로 데뷔했다.

     

    1994년 코벤트가든에서 게오르크 솔티 지휘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에 비올레타로 출연해 ‘우아하면서도 사람의 가슴을 뒤흔드는 소프라노’라는 평을 들었다. 이후 런던에서는 가장 훌륭한 비올레타 역 가수 가운데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20세기 말 세계 성악무대에서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안젤라 게오르규는 그러나 과다한 무대에다 레퍼토리를 지나치게 넓힘으로써 최근에는 극고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등 소프라노로서의 역량이 급격히 감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탈리 드세이는 연극배우를 하다가 남다른 목소리를 발견하고 뒤늦게 성악을 시작했다. 보르도 콘서바토리를 졸업하고 툴루즈극장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으며, 1989년 마르세유에서 ‘피가로의 결혼’ 바르바리나로 데뷔했다.

     

    1991년 빈 오페라극장 주최의 모차르트국제콩쿠르에 우승함으로써 유명세를 타게 됐다. 같은 해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 리옹 오페라, 제네바 오페라에 서게 됐고, 그 뒤로는 전세계 오페라극장과 콘서트무대에서 활동을 했다.

     

    2000년대 초반엔 성대결절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2005년 성대 수술 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재기했다. 2013년 오페라무대에서는 은퇴를 선언했다.

     

  • ▲ 페트리샤 라세트ⓒ
    ▲ 페트리샤 라세트ⓒ

    패트리샤 라세트(Patricia Lynn Racette)는 푸치니 토스카와 나비부인에 강점을 보이는 미국 출신 소프라노다. 섬세하면서도 강질의 소리와 배우와 같은 연기력을 자랑한다.

     

    1998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했고 1995년 이후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디바로 무대를 누벼왔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보엠의 미미, 무젯타,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1970년대생 ‘네트렙코’ 저물고 ‘담라우’ 시대로

     

    안나 네트렙코는 1972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 태어나 페테스부르크 콘서바토리에서 공부했다. 1993년에 모스크바 글린카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1994년 키로프 오페라가 상주한 마린스키 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역으로 데뷔했다. 명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에프와 함께한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샤 역을 맡아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으로 세계 각지의 오페라 무대에 섰고, 2002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 데뷔했다.

     

  • ▲ 안나 넵트레코ⓒ
    ▲ 안나 넵트레코ⓒ

    그 외에도 ‘돈죠반니’의 돈나 안나, ‘리골레토’의 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사랑의묘약’의 아디나, ‘라보엠’의 무젯따,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 등 수 많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전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평론가들로부터 ‘놀랍도록 청순하고, 섬세하며 깊은 목소리, 넓은 음역, 음악적 상상력, 그리고 재치 있고 화려한 카리스마. 이 모든 것들은 그녀가 연주하는 동안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페라 활동 외에도  미국이나 독일의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엔터테이너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최근 성악가로서의 역량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는 1971년 독일 출생으로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탁월한 음악성과 기량으로 메트로폴리탄, 로얄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무대로 발돋움했다.

     

    2004년 라스칼라 극장에 데뷔한 그녀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베르디의 ‘리골렛토’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등 수많은 곡들로 세계 유명 극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정상급 소프라노 중 한 명이다.

  • ▲ 디아나 담라우ⓒ
    ▲ 디아나 담라우ⓒ

     

    뛰어난 연기력과 깨끗한 음색인 강점인 담라우는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2013~ 14 시즌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페라평론가 손수연씨는 “지난해 말 라스칼라 오페라극장에서 담라우 주연의 라보엠을 직접 관람했었는데, 탁월한 음악적 기량과 연기력으로 스칼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며 “오늘날 세계 오페라 무대는 ‘담라우’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국 소프라노들 대약진 시대로~

    1980년대 말부터 20여년간 세계 오페라 무대에는 조수미-홍혜경-신영옥의 ‘코리안 쓰리소프라노’ 시대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또한 해외에서 활약하다 일찍 귀국한 김영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미자(이화여대 교수) 등 걸출한 소프라노들이 아시아의 맹주로서 활동해왔다.

     

    이들에 이어 최근 40대 주자로 리릭 소프라노인 김지현(상명대 교수)이 국내외에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 독일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음색과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숙명여대, 쾰른음대 출신 박현주가 40대에 진입하면서 원숙미를 더한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30대로는 임세경(한양대 출신) 손현경(연세대 출신)에다 오스트리아에서 샛별로 떠오른 고현아(한양대) 등이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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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무대에서는 리릭 레제로 배역에서 호평을 받아온 강혜정, 최근 귀국한 스핀토 소프라노 김라희, 극고음의 강자 강민성과 김순영, 신승아, 김미주 등 연주자들이 중국, 일본 등 해외로 무대를 넓혀가며 차세대 디바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음악평론가) ​

  • ▲ 디아나 담라우ⓒ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중 Casta Diva 연주 7>

    1) 마리아 칼라스 http://www.youtube.com/watch?v=TYl8GRJGnBY
    ​2) 레나타 테발디 http://www.youtube.com/watch?v=jhrCcRDAi9s

    3) 르네 플레밍 http://www.youtube.com/watch?v=Rg4L5tcxFcA

    4) 안젤라 게오르규 http://www.youtube.com/watch?v=c3iFRaTwwj0

    5) 에디타 그루베로바 http://www.youtube.com/watch?v=U9NeO2E3Tdg

    6) 안나 넵트레코 http://www.youtube.com/watch?v=JlSodSvo1Lg​​

    7) 박현주 http://www.youtube.com/watch?v=xMREpbTXxWY

  • ▲ 디아나 담라우ⓒ


  • ▲ 디아나 담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