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분석 보고서… 반도체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증가 전망"정부 부양책(민생지원금), 인플레 자극 우려 커" 우회 비판
  • ▲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과 마창석 연구위원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한 고물가와 소비부진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과 마창석 연구위원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한 고물가와 소비부진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장기적인 고물가로 실질구매력이 줄어 민간소비 부진으로 이어졌지만, 올해는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나아질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예고한 가운데, 이런 단기 부양책은 자칫 고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마창석 연구위원과 정규철 실장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당시 벌어졌던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민간소비 간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실질구매력이 정체돼 실질 민간소비 부진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과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9% 상승했지만 GDP 디플레이터는 연평균 1.7% 오르는 데 그쳤다. 2022년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작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실질구매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고, 2022년과 지난해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각각 -0.5%, 0.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상대가격이 올라 민간소비 부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간 6% 상승하고 반도체 가격은 37% 오른다고 설정한 시나리오에서 상대가격은 0.5%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철 실장은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 소득은 늘어난다"며 "반도체 가격이 소비자물가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쓰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소득금액이 커지면 소비 여력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실질구매력 개선에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고금리는 여전히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민간소비 부양책이 필요치 않다는 주장이다. 마창석 연구위원은 "부양책이 오히려 현재 안정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안목에서 실질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3일 여당 국민의힘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민생회복지원금' 편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협조하라고 요구한 시점에서 나온 사실상의 우회적 비판 분석 보고서여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