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증권맨 "불법 양산소지 다분하고 업무 의지 꺾어"불만NH·한화투자證 "이미 회사 차원에서 자기매매 제한규정 도입"
  •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횟수가 하루 3회로 제한되자 증권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기매매 제한을 환영하는 곳도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불건전 자기매매 근절방안'과 관련해 증권가는 대체로 반발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당국의 발표 이전부터 고객 보호를 위해 내부적으로 자기매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자기매매는 그동안 증권사 임직원의 실적을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제도와 맞물려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일부 임직원은 과도한 자기매매를 통해 고객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 행위, 성과연동 매매와 직무태만 등의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임직원들은 하루 3회 이상 자기매매를 할 수 없고 한 번 투자한 종목은 최소 5영업일 동안은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시했다. 또 연간 급여 범위 내에서 자기매매를 하되 누적 투자금액 한도를 5억원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임직원 본인의 이익보다는 고객들의 이익에 충실하라는 취지로 자기매매 근절방안을 내놨지만 당사자인 증권사 임직원들의 불만은 높다.


    우선 그동안의 관행을 금지함으로 인해 차명계좌 개설 등 오히려 불법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일 증권사 한 직원은 배우자 명의 계좌로 주식을 매매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회사에 계좌개설 신고도 없었고,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임직원 자기매매 제한조치는 이같은 불법행위를 더 늘어나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더욱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맨들의 업무의지를 꺾는 조치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수년간 지속되던 업황불황이 연초 잠시 풀렸다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당국의 방안은 거래활성화를 막는 조치로 생각된다"며 "회사를 떠나 개인 투자자로 전업한 이들이 오히려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면서도 수익을 더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매매횟수와 투자한도를 제한해 적기에 매매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회사의 CEO나 고위 임원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발표 이전에 임직원들의 자기매매를 제한한 회사들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금융당국의 자기매매 근절방안 발표가 나기 한달 전인 지난달 4일 자산관리(WM)사업부 임직원들의 자기매매계좌 발생수익을 평가·성과급 산정 시 제외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WM사업부 임직원의 자기매매 실적을 성과평가에 반영시키는 현재 제도가 자기매매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과도할 경우 고객관리 소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매매대금의 1000%를 초과하는 매매 거래액에 대해 성과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달 17일부터 임직원 자기매매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매매 사전승인', '최소 의무보유기간(15일)', '실적 불인정' 등 3가지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윤리강령 제정 이후 임직원 자기매매에 대한 내부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월 회전율 100%와 주문건수 10회를 넘는 임직원 매매 주문에 대해서는 접수조차 안 되도록 전산시스템상 차단막이 설치돼 있다.


    이와 관련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자기매매 관행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주 사장은 "앞으로 증권회사가 회사 영업보고서는 물론 언론이나 고객들을 상대로 자기 회사 설명회나 투자 세미나를 할 때 직원들의 자기매매를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지, 실적에는 얼마나 인정하는지, 그래서 성과로 인정한 거래액이 연간 얼마인지를 밝혔으면 좋겠다"고 썼다.


    또 NH투자증권의 과거 자기매매거래 기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주 사장은 "NH투자증권은 그동안 월별 주문횟수 300회, 월별 회전율 900% 한도에서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허용했다"며 "이는 일반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