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故 남승범 北 김책공대 교수, 어머니 예카테리나 소피아대 교수
  • ▲ 카멘 남 교수가 2살 때 찍은 가족사진. ⓒ 경기도 제공
    ▲ 카멘 남 교수가 2살 때 찍은 가족사진. ⓒ 경기도 제공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북한 김책공업종합대 교수를 지낸 고 남승범씨의 아들인 카멘 남(Kamen Nam.59)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지리학 및 국가안보학)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초청을 받아, 29일 한국 땅을 밟았다.

남승범 전 교수와 예카테리나 소피아국립대 지리학과 교수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카멘 남 교수는, 분단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겪은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카멘 남 교수의 방한은, 지난 5월 불가리아를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카멘 남 교수를 만난 남 지사는, 남 교수의 특별한 가족사를 듣고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카멘 남 교수의 아버지 남승범 전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 불가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당시 북한은 부상당한 군인들을 요양과 교육 목적으로 여러 동유럽 공산국가들로 보냈는데, 남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남승범 교수는 이곳에서 5년 동안 거주하면서 불가리아 정부 장학금으로 소피아대에서 공부를 하던 중, 부상치료를 위해 다녔던 재활센터에서 예카테리나 씨와 만나 카멘 남 교수를 낳았다.

카멘 남 교수가 2살이 되던 1959년, 남승범 교수는 귀국명령을 받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부인 예카테리나씨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등 부단히 노력한 끝에 북한 주재 불가리아 대사관 비서직에 선발, 북한에서 남편과 극적인 재회를 한다. 당시 카멘 남 교수는 너무 어려 불가리아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어렵게 다시 만난 남승범 교수 부부의 북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부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았던 남승범 교수는 대학교수 자리까지 빼앗기는 등 고초를 겪었다. 남편의 고통을 볼 수 없었던 예카테리나 씨는 2년 만에 홀로 불가리아로 돌아와야만 했다.

예카테리나씨는 이후 소피아대 지리학과 교수가 됐다. 예카테리나 교수는 생전에 북한 체류기간 동안 수집한 지리 관련 자료를 정리해, ‘코리아’란 제목의 책자를 집필하기도 했다.

예카테리나씨와 생이별을 한 남승범 전 교수는 이후 재혼해 1남2녀를 더 낳은 뒤, 198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62세로 숨졌다.

카멘 남 교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헤어지기 직전 두 살 때 아버지와 찍은 사진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카멘 남 교수는, 30일 오전 9시부터 ‘제315회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 강사로 나서, ‘지리학자로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을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카멘 남 교수는 이날 한국인으로서 발칸산맥을 누비는 지리학과 교수의 이야기와, 냉전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 등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멘 남 교수는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이복여동생 남율주씨도 만난다. 남승범 교수가 재혼해 낳은 1남2녀 중 둘째인 율주씨는 2007년 한국에 정착했다. 카멘 남 교수는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는 남이장군의 묘도 참배할 예정이다. 다음 달 3일 불가리아로 돌아가는 카멘 남 교수는, 방한 기간 동안 DMZ, 임진각, 도라산 전망대, 판교테크노밸리, 화성행궁, 경복궁 등을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