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다. 독감이니, 조류 인플루엔자가 어지러운 시국과 함께 우리의 겨울을 더욱 썰렁하게 하는 요즘, 면역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의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 보자. 

독감은 낮은 기온 때문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 몸의 저항능력(면역력)이 떨어져 걸리게 되는 것이다. 

환절기 때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나 약해지고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6배로 강해진다.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병원체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암세포가 하루에도 수없이 몸속에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은 '면역'이라는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암세포와 병원균을 물리치고 있다. 인체의 면역체계는 종양세포와 같은 이물질(항원)을 감시하며 암세포 등을 비정상 세포로 인식해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 폐렴, 기관지염, 담낭염, 방광염 등 가종 염증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천식, 아토피 등의 알레르기질환, 크론병(국한성장염), 궤양성대장염, 류머티즘 등의 자기면역질환에도 노출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암 발생의 원인도 궁극적으로 면역력과 연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최근 그 주장을 바탕으로 인체의 면역기능을 촉진시켜 암을 극복시키는 항암면역요법(면역항암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면역력은 서른 살을 넘어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마흔 살이 지나면 급격히 하락한다. 40대부터 과로나 스트레스 허용량이 조금씩 줄어들다가 50대를 지나면서 더욱 약화된다. 50대 이후를 '암 연령'이라고 부르는데 그 까닭은 면역력이 약해져 암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조건에서 생활하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살아도 어떤 사람은 전염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멀쩡하다. 이것은 바로 개개인의 면역 능력(면역력)의 차이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세포가 바로 우리 몸속의 백혈구이다. 따라서 자신의 면역력이 얼마인지는 혈액검사에서 보이는 백혈구의 수와 기능, 백혈구 중 과립구나 림프구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과 유사하다. 면역력이 좋다는 것은 면역세포(백혈구)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좋은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첫째, 원산지에서 좋은 원자재를 배출해야하고, 둘째, 이 원산지로부터 원자재를 공장까지 신속하게 배달해야 한다. 셋째로, 공장에서는 이렇게 배달된 원자재를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생산력을 높여야 한다. 

    바른 식습관을 통해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하는 것은 바로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위한 원자재를 제공하는 것이고, 원자재를 공장까지 배달하기 위해서는 교통이 발달해야 하듯이 우리 몸에서는 원활한 혈액순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렇게 혈액을 타고 배달된 영양분들은 화학 공장의 역할을 하는 몸 속 각 기관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면역에 필요한 백혈구들을 생산해내고 그 기능을 하게 해야 되는데 이때 갖추어져야 할 조건이 촉매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적정 온도, 즉 따듯하게 유지되는 체온이다. 

    이러한 면역력은 생활 습관과 균형 있는 식생활로 얼마든지 강화될 수 있다. 생명현상은 화학 반응의 연속이므로, 우리가 화학 시간에 배운 지식을 동원하여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기질, 효소, 촉매, 온도의 최적화가 필요하듯이 충분한 수분, 체온 유지, 영양소 공급이 잘 이루어져야 몸속의 화학 반응은 활성화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좋은 영양소 섭취는 기본이고, 식사 시작할 때 혹은 직전에 따듯한 물이나 국물로 위장관 점막을 부드럽게 데워주는 것은 소화력을 증강시킨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는 일단 몸을 따듯하게 하고 찬 공기를 쏘일 경우에는 머플러나 장갑 마스크 등으로 노출 부위를 보호해 주며 실내에 있을 경우에는 온.습도계를 사용하여 가급적 일정 온.습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운동은 면역세포와 림프액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고, 병원균의 침입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백혈구 숫자를 늘어나게 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면역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올바른 수면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숙면은 삶의 질을 높여 준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우리 몸의 균형과 호르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울적십자병원 병리과장 (MD/ Ph D)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 10계명>

    1.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2. 가급적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하고,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다.
    3. 마인드 컨트롤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유지한다. 
    4.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늘 근육을 유연하게 한다.
    5. 균형 있는 식사로 영양을 고루 섭취한다.
    6.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는다. 
    7.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는다.
    8.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긴다.
    9. 소리 내어 크게 자주 웃는다.
    10. 자연을 가까이하며 오감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