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기초수급자 "보상액 적다" 서울시 제안 반대
  • ▲ 회현 제2시민아파트 전경 (자료사진) ⓒ 연합뉴스
    ▲ 회현 제2시민아파트 전경 (자료사진) ⓒ 연합뉴스



    1970년 준공된 안전등급 D등급의 서울 중구 회현동 '회현 제2시민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주민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추진이 불투명하다.

    26일 기준 회현 시민아파트 내 77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시민아파트 리모델링을 통해 예술인에게 창작공간과 주거지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장기임대 주거+창작 공유형 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애초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아닌 철거될 예정이었다. 안전 검사에서 D등급을 받았던 2004년 시는 아파트 철거 결정을 내리고 주민 보상, 이주 대책을 마련해왔다. 이후 10년 동안 시는 주민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아파트를 예술·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겠다며 계획을 변경했다.

    현재 시는 주민들에게 보상 대책을 제시한 상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특별분양권과 주택비를 보상받고 이주하는 것,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부담한 후 건물에 남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청했다. 이주를 동의한 가구에 한해 1억300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과 SH 아파트 특별분양권이 제공된다.

    주민들은 서울시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6년 철거사업 진행당시 시민아파트의 최고 매매가였던 3억원을 보상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에서 제시한 1억3천억원과 특별 분양권만으로는 수억원 대에 달하는 시내 아파트에 이주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입장이다.

    철거 계획이 발표됐던 2006년 입주자를 대상으로 제공됐던 강남권 아파트 특별 입주권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 아파트 값이 급증했었다. 당시 1채당 1억원이 넘지 않았던 아파트 가격이 3억원까지 뛰어 거래됐다.

    서동찬 회현 제2시민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시는 항상 주민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철거부터 리모델링까지 늘 통보를 받아왔다"면서 "사실상 시에서 제시하는 특별분양권, 보상금만으로는 SH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로 이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대부분의 주민이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상황에서 수억 원대에 달하는 입주비용을 어떻게 부담하겠냐"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장 선거 당시 현장에 와서 주민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현실적인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3억원이 넘는 매매가는 한시적으로 일어났던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시가 정한 1억3천만원의 보상금은 감정평가, 주변 시세 등을 검토해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계속해서 지연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시는 리모델링 사업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다. 시는 강제집행보다는 충분한 합의를 통해 주민 차원의 동의를 얻겠다는 입장이다.

    이혜경 서울시 의원(중구2)은 "2014년 박원순 시장이 선거 후보일 당시 현장에 방문해 주민들의 민원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1월 중 주민과 박 시장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16년 초만 해도 철거를 집행하겠다고 해놓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갑자기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겠다고 급히 정책을 바꾼 것도 문제다. 도심재생 사업에서 문화예술 사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며 "주민과의 소통에서도 원칙을 따져 계획을 통보하기보다는 주민 요구를 듣고 충분히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주민과 시의원의 요청에 따라 2월 중 박원순 시장과 회현 제2시민아파트 주민 대표 간의 면담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