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체어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때 현대차의 에쿠스와 함께 사장님 차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제네시스 EQ900 등 쟁쟁한 경쟁 모델의 등장에 찾는 이가 줄어든 탓이다. 특히 신차 개발이 더뎌지면서 차량 노후화가 심해져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올해를 끝으로 체어맨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에 대한 내년 생산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며 "체어맨 단종을 두고 계속 얘기는 흘러 나왔는데, 전기차 사업이 구체화 되면서 최근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단종 이후 체어맨 재고 물량에 대해서는 할인 판매가 예상된다"며 "정확한 할인폭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체어맨 생산을 지속해 왔지만, 전기차 사업 윤곽이 잡히며 결국 단종을 결정했다. 월 50대가 안되는 판매량이 단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에쿠스와 함께 한때 최고급 세단으로 국내 시장을 휩쓸었던 체어맨은 강력한 라이벌인 제네시스 EQ900 등장에 맥을 못춰왔다.
올해 하반기 체어맨 월간 판매량은 50대도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7월 45대를 판매하며 50대에 가장 근접했지만, 이마저도 감소세를 보이며 10월 판매량은 33대에 그쳤다.
반면 경쟁모델인 제네시스 EQ900은 매월 1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10월 누적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섰다. 동기간 체어맨 누적 판매는 504대로, EQ900의 한달 판매량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체어맨 단종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쌍용차가 지난 2016년 체어맨 W 카이저를 출시한 이후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도 단종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체어맨은 현재 쌍용차 본사인 평택공장 제 2공장동에서 코란도 투리스모와 함께 생산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10%가 안되며, 잔업수당도 해당 라인 직원이 가장 적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체어맨 단종 이후 장래성이 밝은 전기차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최근 전기차 생산일정을 2019년 상반기로 가닥을 잡고, 체어맨 라인을 티볼리 플랫폼 기반인 소형 SUV 전기차 라인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쌍용차가 생산할 전기차에 대한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기차 개발을 모회사인 모힌드라 그룹과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마힌드라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e2o 플러스'와 비슷할 것이라는게 업계 관측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내년 3월 이후 체어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며 "내년 차량과 관련한 여러 법규가 바뀌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어맨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고려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이어나갈지는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사업에 대해서는 "2020년 안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아직 라인 구축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