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장기 경영전략 수립·탄탄한 실적 바탕 연임 합격수장교체·노사갈등·금융당국 마찰로 험난한 길 예고된 곳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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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금융사 수장 교체 작업이 끝나는 가운데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연임에 성공한 CEO도 있었지만 노조 반대나 지배구조 리스크, 금융당국과의 불화로 험난한 길을 걸은 수장들도 많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월 임기만료를 앞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3년 더 은행을 이끌게 됐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4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박종복 현 은행장의 연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뱅크샵 등 새로운 은행 문화를 창출하고 과감한 조직개편,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등 SC제일은행의 실적과 수익성을 견인하는데 큰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외국계 은행 CEO의 경우 해외 본사 의견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지만 박종복 행장이 재임기간 동안 탄탄한 실적을 마련한 덕분에 별 탈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에도 박진회 씨티은행장 역시 연임을 확정 지으며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올해 대규모 소매 영업점 폐쇄로 국감 도마에 오르고, 금융당국과 의견 마찰을 빚으면서 한 때 연임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자산관리(WM) 사업과 디지털 금융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장기적인 은행 경영 전략을 수립하면서 박 행장 역시 씨티은행을 또 한 번 이끌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올해는 처음으로 은행장 타이틀을 거머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새 수장들도 많았다.

그동안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했던 JB금융지주의 경우 창립 49년 만에 처음으로 회장·은행장 직을 분리하고, 송종욱 은행장을 선임했다. 

지방금융지주에 집중돼있는 업무 권력을 이원화하고 주요 자회사인 광주은행의 경영 효율화를 높이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풀이된다.

은행 측은 송종욱 은행장은 원만한 대인관계로 금융관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고, 26년 정통 은행맨으로서 탁월한 업무 추진력을 갖춘 만큼 새 은행장으로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장도 3년 만에 다시 탄생하며 업계의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4년 KB사태 이후 윤종규 회장이 겸직하던 은행장 자리를 허인 행장에게 물려주면서 지주-은행 경영을 분리하고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허인 행장은 취임 이후 KB금융지주가 얽혀있는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으며, 고객 중심 영업 문화 정착을 위해 현장을 발로 뛰며 노력하고 있다.

허인 행장 취임 덕분에  윤종규 회장이 글로벌 사업이나 계열사 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내년도 KB금융지주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연임을 앞두고 험난한 길이 예상된 금융사 수장들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새 수장을 맞은 BNK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인 경남은행 손교덕 행장의 재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취임한 손 행장은 임가가 약 4개월 정도 남았지만 지난달 중순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반려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대표 임기를 연임 포함 최대 4년으로 제한한다고 밝힌 까닭에 손 행장이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올해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서 수장 교체가 진행된 만큼 경남은행에서도 새 얼굴이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 모두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 등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운영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현직 회장이 회추위에 포함되며,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가동 여부가 불투명하고 은행 이사회 측이 직접 차기 CEO 후보군을 관리하다보니 현 회장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사 CEO들의 ‘셀프연임’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들이  연일 직격탄을 날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경영유의제재조치까지 내리는 등 금융사를 향한 압박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금융사 CEO가 연임을 확정 지으며 ‘안정 경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장기집권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권 교체와 맞물리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며 "금융권 수장 교체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CEO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