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현대아산은 육로에 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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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관광상품이 나와도 곧바로 국적 크루즈를 띄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길 관광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송영길 위원장과 민간위원, 정부위원, 관계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2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신북방정책의 전략과 함께 부처별 중점과제 14개가 제시됐다.
중점과제 중 환동해 관광협력과 관련해선 북한지역을 들르는 크루즈 상품 개발과 두만강 국제관광특구(훈춘-하산-나선특구) 개발사업 추진이 거론됐다.
크루즈 관광은 과거 금강산 유람선을 띄웠던 선두주자 현대아산보다 후발주자인 롯데관광개발이 유력한 사업 후보자로 떠올랐다. 롯데관광개발은 배를 빌려 올해로 9년째 크루즈 관광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코스타 세레나호를 빌려 전세선을 띄울 계획이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최대 탑승객 3780명, 승무원 11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1만t급 초대형 크루즈다.
롯데관광개발은 부산을 출발해 속초에서 하루 묵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간 뒤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와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등을 거쳐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7박8일짜리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북한 기항지로 원산항을 주목한다.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바로 가기엔 이동 거리가 길어 중간에 들를 곳이 필요하다. 남북 경협이 이뤄지면 속초보다 북한 원산항에 들르는 코스로 관광상품을 짜는 게 고객 모집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원산항은 과거 남북이 각각 7개 항만을 개방하기로 합의했을 때 해주·남포·단천·나진·천진항 등과 함께 북측의 개방 항만에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북한 김정일·정은 부자는 백두산을 비롯해 관광자원 개발에 관심을 두는 데 원산·칠보산 지역 관광·물류산업 활성화에도 역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은 북한 지도부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향이 바로 원산이다.
롯데관광개발은 경영진의 대북경협 열의도 높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고향이 원산인 것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 고향이 원산이어서 이곳을 중심으로 한 대북경협은 롯데관광개발의 숙원사업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국내 크루즈 사업의 원조 격인 현대아산은 남북 해빙 분위기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대아산은 해상루트보다 육로를 통한 관광에 역점을 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육로 관광 등 기존 방식의 사업 재개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있고 추후 확대·발전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면서 "배(크루즈)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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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개발이 관심을 두는 원산항의 경우 현재로선 시설 여건을 알 수 있는 기초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남북 간 뱃길이 열려도 크루즈를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산항은 부두 길이와 항로 수심 등을 전혀 모른다"며 "금강산 관광 때 이용했던 장전항은 인근에 강이 흐른다. 사업이 몇 년간 중단되면서 토사가 쌓였을 가능성도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당시 현대아산이 투입했던 크루즈 규모는 최대 2만3000t급이었고 요즘 일본과 아시아지역에 투입되는 크루즈는 최소 5만~6만t급"이라고 덧붙였다. 뱃길이 열려 롯데관광개발이 시설 투자가 필요한 원산항 대신 기존 금강산 코스를 활용한다 해도 11만t급 코스타 세레나호를 투입하기 곤란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원산항이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은 맞다. 아마 중대형급 크루즈를 댈 수 있는 항만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부두 설비가 미흡하다고 해서 크루즈를 못 띄울 것도 없다. 해상에 닻을 내리고 250명쯤을 태울 수 있는 텐더보트를 이용해 관광객을 부두로 실어나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