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훈풍에 건설기업들 대북사업 준비 '착착'지방선거로 미뤄진 공공공사 발주 재개 '기대'
  • ▲ 4·27 '판문점 선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좌)과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4·27 '판문점 선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좌)과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주택시장 규제·해외수주 부진·SOC예산 축소 등 수주절벽에 놓인 건설업계에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성공적 미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6·13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던 공공공사 발주물량도 줄줄이 가시화되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6·12미북정상회담에서 4·27남북정상회담에 담긴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은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차적으로 동해선(동해북부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일 경우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도 새로 열리는 북한 건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TF를 마련하거나 대북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우건설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대우건설은 남북경협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기획본부 내에 별도의 '북방사업지원팀'을 신설했다. 기존에 TF 수준으로 검토하던 것을 상설조직으로 격상한 것이다.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이 팀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구체적인 사업 진행시 대관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남북경협 사업의 세목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그 기회를 쥐기 위해 정보전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도로·철도 등 SOC는 물론 발전플랜트와 화공플랜트, 산업단지 조성 등의 분야까지 폭넓게 사업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과거에도 대북사업에 적극적이었다. 1990~2000년대 현대건설과 함께 북한 경수로사업을 진행했고, 경의선·경원선 복원 등 철도사업과 국도 1~7호선 등 도로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남포공단 조성사업도 수행했다.

    이 관계자는 "남포공단이나 경수로 사업 등에 참여한 경험이 풍부하다"며 "당시 이들 사업에 참여한 인력들이 회사에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GS건설도 최근 대북 TF를 조직하고 경협 참여 준비에 나섰다. 토목·전력 등 인프라 사업담당자 10여명을 발탁해 TF를 조직하고 임원급 TF팀장 주도로 유망사업과 사업참여 등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다.

    GS건설 측은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협 사업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내부적으로 대북 경협 TF를 신설하고 인력배치에 들어갔다. 남북경협 사업을 주도할 토목사업부 중심으로 정보수집과 분석활동을 조금씩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아무래도 일감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주 기대감이 높다"면서도 "발전소나 철도 등 토목과 관련, 우리 건설사들의 경험이 많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영업팀 산하에 상무급을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TF를 최근 구성하고 정보수집 등 준비에 착수했다. 포스코건설도 약 10명 규모의 대북사업 TF를 구성했으며 금호산업도 북한 SOC사업을 점검하는 TF를 꾸렸다.

    다만 대북사업 경험이 가장 많은 현대건설의 경우 아직 별도 팀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대북사업을 주도했던 현대아산과 지금은 계열 분리된 상태여서 자칫 주도권 다툼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협회 차원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대한건설협회는 오는 25일께 대형건설사·연구기관·공기업·학계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일건설포럼을 열어 남북경협시대 건설업 미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포럼에서는 우선적으로 벌여야 할 남북경협 사업을 추리고, 경협에 참여할 건설사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또 국제기구나 외국 은행의 펀딩과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이미 상당한 자본과 기술을 북한에 투입한 상태고, 일본의 전후보상금도 인프라 건설 등 현물로 지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 인프라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대북 사업을 일반 국외사업 수주처럼 여기고 정부 컨트롤타워 없이 민간건설사들이 개별적으로 경쟁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최근 '통일북방연구센터'를 가동하는 등 북한 관련 건설기술과 제도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남북경협 지원에 나섰다.

    2013년부터 선행연구를 통해 수집해 온 북한 SOC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남북 경협 상황에 맞춰 북한 SOC 현황파악 및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경협 초기에는 교통과 인프라 관련 사업이 주를 이룰 전망인 만큼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준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주택시장 규제·해외수주 부진·국내 SOC예산 축소 등으로 국내 건설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북사업이 본격화되면 대형사는 물론, 중견·중소건설사들 입장에서도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자료사진. 강남순환고속도로 6공구 공사 현장. ⓒ강남순환도로㈜
    ▲ 자료사진. 강남순환고속도로 6공구 공사 현장. ⓒ강남순환도로㈜

    대북사업 외에 공공공사 발주도 가시화되면서 상반기 내내 이어졌던 수주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발주기관들이 대형 건축공사들의 집행에 들어간다. 사업계획서 평가가 포함된 민간사업자 선정방식의 물량으로, 건설업계 수주가뭄 해갈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LH는 이번 주 2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업 두 건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한다. 파주운정3지구 A31블록과 고양삼송지구 B2블록으로, 각각 60~85㎡ 규모 아파트 522가구와 528가구를 건설하고 10년간 운영하는 게 골자다.

    지난주 1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업 세 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쾌속 행보다.

    SH도 여기에 가세한다. 고덕강일지구 1·3·5·10단지에 대한 설계공모를 이르면 이달 공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SH는 이들 4건을 지난해 하반기 낼 예정이었으나,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로 미룬 바 있다.

    또 기본설계 기술제안 방식의 공덕강일지구 2블록 제로에너지 아파트 건설공사도 이달 말께 집행할 예정이다.

    건설업계가 상반기 대형 건축공사(추정가 300억원 이상) 발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입찰을 진행해 낙찰자를 선정한 종합심사7낙찰제 방식의 대형 건축공사는 모두 6건에 불과하다. 수주곳간이 텅 빈 업체가 상당수인 셈이다.

    대형건설 A사 건축견적부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발주량도 줄어든데다 LH와 SH가 발주 포문을 이제야 열면서 올 상반기 건축공사 가뭄은 예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달까지 공공건설 부문에서 건축공사 실적이 제로에 가까운 업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토목공사도 재개된다. 한국도로공사는 다음달 '안성~성남 고속도로 건설공사 4~8공구'에 이어 오는 8월 '김포~파주 고속도로 1·3~5공구'를 종심제 방식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철도시설공단도 3분기 중으로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3공구 노반건설공사'와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5공구'를 종심제 방식으로 선보인다.

    이밖에 지역연한 사업들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서는 연구용역이 완료된 용산 마스터플랜이 조만간 공개될 가능성이 있고 광주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주가 잠정 중단된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의 정상화가 관심이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주택사업을 위주로 사업을 구성해 왔던 만큼 최근 주택수요 감소로 수주잔고도 함께 줄어 공공공사에 목이 말랐다"며 "지방선거 이후 발주가 본격화면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