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전업사 45곳 참여 … 기금 쏠림에 민간 부실채권 시장 위축채권 매각 막히자 카드사 '리스크 관리' … 서민대출 3.7조 줄었다대출 길 막히자 사채로 … 불법사금융 피해 89% 급증
  • ▲ 서울 시내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 서울 시내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정부가 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덜기 위해 조성한 부실채권 매입기금(새도약기금)이 민간 부실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서민 금융 공급에도 여파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정책 협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일부 연체채권 매입·추심업체 자금이 기금으로 유입되고, 시장 참여가 위축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카드사들의 연체채권 매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대부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새도약기금 참여를 재차 독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새도약기금은 취약차주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는 '배드뱅크' 성격의 기금이다. 당국의 기조와 맞물려 새도약기금 협약 가입 업체는 올해 1월 13개사에서 이날 기준 45개사로 급증했다.

    단기간에 참여 업체가 증가한 배경에는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른 진입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연체채권을 매입하는 추심업체의 자본금 요건을 100억원으로 상향하고 영업 기준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특히 신규 인허가 요건에 '정부 정책 협조' 항목이 포함되면서 심사를 앞둔 업체들 입장에서는 정책 기조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NPL 전업사 등 관련 업체들은 최근 일괄 매각 방식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새도약기금 출연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주도의 정책 기금 조성은 속도를 내고 있으나 추심업계 자금이 기금으로 유입되면서 민간 NPL 시장의 부실채권 소화 기능은 축소됐다. 이는 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졌다. 연체채권 매각을 통해 건전성을 개선하고 신규 대출 재원을 확보하는 기존 자금 순환 구조가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NPL 규모는 2조13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14억원 증가했다. 총 자산 대비 부실채권 비중을 뜻하는 NPL비율 역시 전년보다 상승한 1.16%를 기록했다. 연체채권 매각이 지연되면서 카드사들은 부실 위험에 대비해 5조583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채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원활하지 않자 카드사들은 연체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 대상 대출부터 축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민 주요 급전 창구인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 실적은 2024년 95조9949억원에서 2025년 92조2211억원으로 줄어 1년 새 3조7738억원 이상의 공급이 감소했다.

    특히 단기 자금 융통 수단인 현금서비스 잔액은 2024년 6조459억원에서 2025년 5조4278억원으로 10% 이상 축소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대출 축소 흐름이 NPL 시장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3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유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시장의 요구 이자율은 최대 연 6800%에 달한다. 불법 추심 피해 등으로 정부의 '채무자대리(변호사) 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650건에서 하반기 1228건으로 88.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및 상담 건수도 15.3% 증가했다.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된 정책 기금이 결과적으로 민간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과 공급 구조에 영향을 미치면서 서민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 매각이 원활하지 않으면 금융사들은 위험이 높은 서민 신용 대출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이 시장 구조와 충돌할 경우 합법적 대출 창구가 위축되고 불법 사금융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