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절박' vs 노동계 '구태'"지급능력 고려해 임금 따져 차등해야" 의견도
  • ▲ 최저임금위.ⓒ연합뉴스
    ▲ 최저임금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 속에 경영계 내에서도 단체별로 셈법이 달라 실속 없이 빈 수레만 요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류장수 위원장은 그동안 오는 14일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노사는 지난 회의에서 각각 1만970원(월급 환산 225만5110원)과 7530원(월 157만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43.3% 인상, 경영계는 동결을 각각 요구했다. 남은 기간 3260원의 격차를 좁히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사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경영계는 지난 9일 경제 6단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가 한목소리를 내기는 2년여 만이다.

    경영계는 이날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 영향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몰렸다"면서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2%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3배, 임금 상승률의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선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계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최저임금 인상안을 수정해 제시하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반발한다. 차등 적용은 노동자의 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견해다.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위원회 전문가 TF에서도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것이다. 저임금 업종으로 분류된 곳에서 생계형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저임금 상태를 벗어날 수 없어 빈곤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논리다.

    반면 경영계는 제조업 등 생계형 근로자와 편의점·PC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이 어려워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제기된다. 전국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점주 월평균 소득이 230만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편의점·외식업계에선 자영업자도 힘들긴 매한가지로 '우리는 인간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문제는 경영계 내에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관련해 온도 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같지만, 해법에선 동상이몽이다. 일각에선 영세 소상공인이 흥정을 위한 전략적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애초 소상공인연합회는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이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이 많은 중기는 실익이 없다"며 "(중기와 대기업이) 좀 더 큰 범위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로, 노동계 반발에 묻혀 편의점과 PC방, 이·미용업 등 눈에 띄는 일부 업종이 유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실제로 경영계의 차등 적용 주장을 협상용 카드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이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을 먼저 결정한 뒤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심의과정에서 줄곧 되풀이되는 협상전략의 구태라고 간주한다.

    천안지역 한 공인노무사는 "지급능력이 낮은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필요해 보인다. 노사가 잘 협의했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적용 대상을 근로자 수로 정하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일부 사업장에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려고 꼼수를 부릴 수도 있으므로 실제 받는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