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금지, 시행됐다면 국내 이커머스도 타격토종 이커머스도 해외직구 확대… 큐텐·아마존 등 손잡아직구 위한 해외 법인 두거나 해외 셀러 모집하기도
  • ▲ 해외직구 관련 물류센터ⓒ뉴데일리DB
    ▲ 해외직구 관련 물류센터ⓒ뉴데일리DB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대통령실의 ‘해외 직구 금지’ 정책 관련 사과에 가슴을 쓸어내린 곳은 C커머스(중국과 이커머스를 합친 말)로 꼽히는 알리, 테무 뿐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이번 정책 철회에 안도의 한숨을 쉰 곳은 국내 토종 이커머스 업계였다. 

    그도 그럴 것이 C커머스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해외직구는 무시하기 힘든 비중으로 성장해왔다. 중국의 직구를 견제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자칫 토종 이커머스 마저 때려잡을 아찔한 상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정부의 ‘직구 금지’ 정책으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80개 품목에 대해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아야만 해외직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해외직구가 상당 수 멈출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방침은 3일만에 철회됐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취약성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장 민감했던 곳은 큐텐에 인수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다. 이들은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지난 2022년 이후 순차적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에 인수됐다. 그 이후 주력해온 분야는 단연 해외직구였다. 

    3사는 모두 큐텐의 해외직구를 고스란히 자사 플랫폼에 도입해왔다.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한 직구 서비스를 통해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 중인 해외직구 품목 수만 300만개를 넘겼을 정도. 이들 상품 상당수는 중국 제품이다.

    당연히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의 ‘직구 금지’ 정책이 그대로 시행됐다면 큐텐의 국내 사업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11번가도 예외가 아니다. 11번가는 지난 2021년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과 손 잡고 11번가 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인 바 있다. 아마존 상품을 직구 형태로 11번가에서 판매하는 방식인데, 이 역시 정부의 직구 금지 80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특정 국가의 수입품만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직수입되는 아마존 직구 역시 고스란히 사정권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G마켓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G마켓은 지난 2022년 해외직구 플랫폼 G9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직구서비스를 G마켓 내부로 이전한 바 있다. 이후 직구 서비스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3월에는 아예 중국 선전서 ‘e커머스 셀러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중국 셀러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정도. 

    쿠팡은 아예 직구를 위한 해외법인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상하이 법인, 베이징 법인, 홍콩 등 전세계 10개 도시에 현지법인을 두고 현지 상품을 국내 판매하는 ‘로켓직구’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별도의 배송료 없이 직구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쿠팡이 직접 매입후 판매하는 방식이지만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제품이 KC 인증을 받지 않는다.

    정부의 ‘직구 금지’ 정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C커머스 뿐만 아니라 토종 이커머스에도 상당한 타격을 줬으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정책이 그대로 시행됐다면 거대자본을 앞세운 C커머스가 개별 셀러 판매가 대부분인 국내 이커머스보다 KC인증을 획득하는데 더 유리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철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직구금지’에 대한 정책이 무산됐지만 시행됐더라도 어떻게 금지하고 통제하겠다는 방법론이 전혀 없었다”며 “향후 정부의 해외직구 TF가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