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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분류수수료를 둘러싼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현재 노조는 CJ 측이 노조와 대리점 간 협상을 결렬시켰다며 총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파업엔 300여 명의 노조원이 참여하고 있다. 갈등이 시작된 영남지역뿐 아니라 수원, 분당 등 수도권 지역도 파업에 동참해 배송지연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택배노조(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현 사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CJ대한통운이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으나, 17일 본사가 배석한 교섭 테이블에선 도리어 협상이 깨졌다"면서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고 분류작업 복귀를 요구, 이로 인해 대리점과 협의하던 내용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파업을 선언했다.
현재 노조와 CJ는 배송 전 이뤄지는 분류작업을 두고 갈등 중이다. 통상 기사들은 배송에 앞서 순서, 구역에 따라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을 거친다. 노조는 건당 지급되는 배송 수수료 외 분류에 대한 대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며, 이에 지난달 말부터 분류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분류 수수료를 따로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류는 배송에 포함된 작업이며, 기사의 업무 효율을 위해 진행하는 작업이라는 주장에서다. 앞서 2017년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도 법원은 이와 비슷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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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노조가 주장하는 협상 테이블에도 직접 나선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는 노조원 3명이 면담을 신청해 응했을 뿐, 이번 파업사태에 대한 논의는 일절 없었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각 기사가 본사와의 직접 계약이 아닌 대리점과의 계약을 바탕으로 근무하고 있어 직접 교섭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회사가 협상에 나선 후 관련 협의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본사 차원에서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거나 개입한 적 없다"면서 "노조원 중 3명이 회사와의 직접 계약을 맺고 있어, 해당자들이 면담을 신청해 대화 자리에 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예전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전부터 대한통운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있었던 근로자로, CJ로 계약이 승계돼 다른 근로자들과는 사례가 다르다"며 "이들이 노조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이에 관한 상황이 왜곡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
노조와의 협상 주체인 대리점연합회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곳곳에서 파업이 벌어져 배송이 지연되는 데다, 본사에 요청한 대체인력 운영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리점 측은 현재 대리점 곳곳에서 노조의 터미널 무단 점거, 폭행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배송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 측에 대체 인력을 요청해둔 상황이지만 노조 측의 터미널 무단점거와 차량 통행 방해, 욕설 및 폭력으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며 "노조 측에선 대체인력 투입을 '물량 빼돌리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고객이 구입한 물건을 제대로 배송하지 못하면 그에 대한 배상과 불만은 모두 다 대리점 몫"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지역 대리점 70%에 자동 분류기가 설치돼있고, 올해 말까지 90%가 설치될 계획이라 예전과 분류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며 "일부에선 대리점주가 직접 일용직 분류 도우미를 채용해 업무를 돕는 경우도 있고, 현재 이 같은 지원을 확대하려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노조 측이 대리점도 자신들과 같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것을 감안해 줄 것을 호소했다. 추후 노조의 행보가 택배 기사의 권리 찾기가 아닌 정치적 움직임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사실 업계 내에서는 택배노조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며, 연합회 차원에서 사법부에 행정심판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1만7000명의 전체 택배 기사를 위한 상생의 길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며, 추후 관련 논쟁이 정치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