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실 뒷받침 국내 주택시장 '불투명'… "SOC 마저 줄자 선제대응"정부, 보유세 인상 등 강력 규제… '분양물량 조정→구조조정'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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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사진. ⓒ뉴데일리경제 DB

    건설업계가 '고용절벽'에 다다랐다. 신규채용은커녕 기존 인력 감원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부실 프로젝트에도 영업성적을 지탱해주던 국내 주택경기가 고꾸라지고 있는데다 완충 작용을 해줄 SOC예산 마저 줄어들면서다.

    9일 1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 정규직이 4803명으로, 지난해 3월 5239명보다 436명 줄었다.

    삼성물산 측은 "부서 인력과 상황에 따라 희망퇴직이나 리프레시 휴가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했는데, 휴가를 쓰고 나서 복귀하지 않고 퇴사를 한 직원이 적지 않다"며 "직급별로 다양하게 이직을 하거나 새 진로를 찾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GS건설 5102명(-199명) △SK건설 4152명(-147명) △대우건설 3948명(-87명) △대림산업 4374명(-85명) △현대엔지니어링 4122명(-62명) △현대건설 4389명(-13명) △포스코건설 3624명(-3명) 등도 직원 수가 줄었다. 모두 1032명에 달한다. 10대 건설사 중 직원이 늘어난 곳은 롯데건설(2194명, +15명)이 유일했다.

    SK건설은 올 들어 과장·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를 조정하거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 측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희망퇴직자에게 근속기간에 따라 1~2년치 연봉을 일시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권고사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GS건설은 최근 차·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약 1.5년치 연봉을 일시에 지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 관계자는 "타업종 전직을 희망하거나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3월 플랜트 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대 2개월간의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대림산업 측은 "유휴인력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당시 청와대 게시판에 '정리해고 수순'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도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를 중심으로 비정기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을 줄여나가는 상황이다.

    신규채용마저 주춤하다보니 건설업계 '고용참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올 들어 10대 건설사 중 상반기 채용을 실시한 곳은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 롯데건설 등 다섯 곳에 불과하다. 절반이 신규 직원을 채용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이 중에서도 SK건설은 전환형 인턴사원을 모집했다. 업체별 모집인원도 10~35명으로 소규모에 그쳤다.

    하반기 채용도 안개 속이다.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은 대림산업, 현대ENG,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등 다섯 곳 모두 하반기 채용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 같은 건설업 고용참사에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SOC예산 감축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해 8·2대책을 포함해 각종 규제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주택경기가 위축됐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2~3년간 건설사의 해외손실을 상쇄해 준 국내 주택사업이 침체되면 또 다시 감원 한파가 불어 닥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주택건설 현장에서는 일감이 재고를 밑도는 초유의 역전현상이 일어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준공물량은 지난해보다 7% 증가한 34만5000호인 반면, 착공은 21만8000호에 불과하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은 정부의 보유세 인상 등에 따라 당초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분양물량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건설사들의 인원 감축 기조가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 ▲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성재용 기자
    ▲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성재용 기자

    여기에 올해 20%가량 삭감된 SOC예산도 고용참사를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6월 건설수주는 10조2720억원으로 지난해 6월 12조5780억원에 비해 18.3% 줄어들었다. 건축(-16.9%), 토목(-22.6%) 수주 모두 감소한 가운데 특히 공공 부문(-46.5%) 수주가 큰 폭으로 줄었다.

    건산연에 따르면 올해 건설수주는 지난해보다 14.7%, 23조600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올 하반기에만 취업자 수가 2만4000명 줄고, 향후 5년간 32만6000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홍일 건산연 실장은 "최근 건설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것은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 건설경기가 빠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SOC예산이 급감하면서 공공 부문이 완충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건설수주가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2~3년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건설경기가 경제성장과 고용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이보다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SOC예산 감축 재검토가 아니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SOC사업을 주도하는 건설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높을뿐더러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SOC예산이 지속적으로 삭감돼 왔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삭감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SOC예산은 19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4.2% 줄었으며 각 부처가 제출한 내년 SOC 예산요구액도 올해보다 10.8% 감소한 1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우려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는 "내년도 SOC예산 감축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김현미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적정 SOC 투자를 유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상호 건산연 원장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면 건설투자는 더 빨리,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악재가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퍼팩트 스톰'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건설투자 활성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소극적 채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물산(건설 부문),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5곳의 잠정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매출은 총 32조2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1억2883억원에 비해 2.35%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1조5523억원에서 2조3373억원으로 50.5% 뛰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무인력을 과도하게 줄이면 고급 시공기술이 필요한 플랜트 부분과 같은 경우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