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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찾아 발견하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이성복 시인의 말처럼 신기한 것들에 한 눈 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죠."
김기영 이노션월드와이드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제작 전문 임원)가 11일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 연사로 무대에 올라 '어떤 사람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기영 ECD는 최근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트렌드에 집중했다.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 형태의 협업이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을 만큼 흔해진만큼 '창의적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김 ECD는 "크리에이티브 하면 예전에는 독창적인 생각이라고만 했지만 요즘은 합창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분업을 통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생산에 집중했지만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에는 협업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인슈텔룽 효과(Einstellung Effect)'를 예로 들었다. 아인슈텔룽은 '태도'라는 뜻의 독일어로 분명히 더 나은 대안이 있는데도 늘 하던 방식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ECD는 "왜 현재의 크리에이터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을 하기 힘들어할까를 고민한다"며 "광고업계에서도 기획, 제작, 카피라이터 등 분업 시스템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같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의 크리에이티브를 새롭게 정의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노력이 아닌,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영 ECD는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 부문 골드 라이언을 받은 까르푸의 '블랙 슈퍼마켓' 캠페인을 대표적 예로 소개했다.
'블랙 슈퍼마켓'은 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았지만 영양분과 맛이 풍부하고 환경에도 좋은 농식품을 까르푸가 매장 내에서 불법적으로 판매했던 캠페인이다.
그는 "이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은 법의 허점이라는 문제의 발견에 있었다"며 "법이라고 하면 모두들 그저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블랙마켓 캠페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법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캠페인을 통해 법을 바꾸는 놀라운 쾌거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노션 내부적으로도 스스로 좋은 문제점을 발견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노력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영 ECD는 이노션에서 진행한 '블랙독 신드롬(black dog syndrome)' 캠페인과 '점자 양말' 캠페인을 소개했다.
'블랙독 신드롬'은 버려진 검은색 개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았고 '점자 양말'은 시각장애인들이 양말에 새겨진 점자로 색깔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이다.
그는 "광고인들이 가진 재능을 통해 세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능력치를 최대로 몰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독 신드롬과 점자 양말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우리가 좋은 문제점을 발견해 이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면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었다"며 "좋은 문제의 발견, 훌륭한 사람들과의 협업, 광고주의 마음을 뺏는 선제안이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영 ECD는 2018 칸 라이언즈 다이렉트(Direct) 부문 예심 심사위원을 맡았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전설들의 세미나와 광고 전문가들의 강연이 펼쳐지는 '칸 라이언즈X서울 페스티벌'은 오는 12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