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답습하는 '평행이론' 장세 우려 이란사태에 국제 유가 급등 속 사모대출 부실 이슈
  • ▲ 13일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 13일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데다 금융권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지목돼 온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까지 맞물리며 시장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지표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징후와 흡사하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자 노트를 통해 "현재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 사이의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흡사하다"고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던졌다. 하넷은 월가가 18년 전의 비극을 그대로 답습하는 '평행이론'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넷은 현제 미국 금융시장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고 사모대출 부실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책 당국이 월가를 지원할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자산가격 강세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2007년 당시 배럴당 70달러 선이던 국제 유가는 불과 1년 만에 147달러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실물 경제를 강타했다. 

    지금도 이란 사태로 유가가 100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이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억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에 투자한 펀드 3곳의 환매를 전격 중단했다. 당시 조치는 잠재돼 있던 부실의 뇌관을 터뜨리며, 이듬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이어지는 결정적 전조로 거론된다. 

    최근에도 유사한 우려를 낳는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달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 아울 캐피털이 일부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자, 알리안츠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순간일까"라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몰리자 자사의 사모대출펀드의 1분기 환매 한도를 펀드지분의 5%로 제한했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규모는 약 10% 수준이었지만 투자자 환매 요청의 절반 규모만 수용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현재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월가는 사모대출 업체들이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고평가해 자금을 공급한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드' 출시로 AI가 웬만한 서비스 업종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사모 대출 자금이 집중됐던 소프트웨어(SW) 기업 대출 부실화가 가시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이를 반영해 SW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펀드의 담보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고유가와 금리 급등 등으로 미국 사모대출 부실화 위험이 더욱 확산되면서 사모대출 투자펀드의 환매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대출 규모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사모시장의 또 다른 악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