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에 환율 1500원 턱밑금융당국, 채안펀드 확대 카드 검토고유가·달러 강세에 원화 약세 심화금리 상승 압력 … 기업 자금조달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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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안정 장치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 확대를 포함한 시장 안정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관계 기관과 회의를 열고 자금시장 상황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시장 불안이 심화할 경우 채안펀드 운용 규모를 현재 20조원보다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필요 시 즉각적인 자금 투입이 가능하도록 사전 준비에 나선 상태다.

    채안펀드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공동 출자해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현재 80여 개 금융사가 출자 약정을 맺고 있으며, 필요할 때 ‘캐피털 콜’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한다. 채권시장 경색 시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금리 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시장에서는 ‘소방수’로 불린다.

    금융당국은 과거 시장 불안 국면에서도 채안펀드 확대를 검토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도 최소 10조원 이상의 증액 가능성이 거론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운영 중인 1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역시 확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채안펀드와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현재 약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장치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대응 논의는 중동 지역 갈등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서는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에 근접했다. 지난 13일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5원 오른 1,493.7원에 마감했고, 야간 거래에서는 1,500원을 재차 넘어서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이다.

    이달 들어 환율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약 1,470원 후반대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환율 일일 변동 폭도 크게 확대되면서 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약세는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도 원화 하락률은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통화보다 컸다. 이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3.3~3.4% 수준까지 올랐고, 신용물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3년 만기 AA- 등급 캐피털채 발행 금리는 약 4% 수준으로 올라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채 금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2금융권 자금 조달 여건이 점차 악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 상황을 즉각적인 위기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채와 회사채 간 신용 스프레드가 아직 크게 확대되지 않았고 채권 발행 물량도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소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기업이 금리 부담을 고려해 발행 시점을 늦추는 사례는 있지만 전반적인 신용 경색으로 이어진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쟁 상황과 유가 흐름이 환율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물가와 금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경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실물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중동 사태 확산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채안펀드 확대 검토 자체가 위기 대응 신호탄이라기보다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안전망’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