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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등으로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는 등 주택사업이 악화일로에 빠진 가운데 SOC예산마저 감소하면서 건설업계의 체감온도가 때 이른 영하권에 진입했다. 국제유가 반등에도 반전을 도모하지 못하는 해외건설도 마찬가지.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업 일자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건설사의 직원 수는 모두 5만525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5만7551명에 비해 2298명(3.99%) 감소했다.
대림산업이 7978명에서 7634명으로 614명이 감소하면서 최대 낙폭 -7.70%를 기록했으며 이어 △대우건설 5569명(-421명, -7.03%) △삼성물산 9365명(-521명, -5.27% △현대건설 6680명(-340명, -4.84%) 등의 감소 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일차적으로는 이탈하는 인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투명한 건설 경기에 조금이나마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옮기려는 본능이 발휘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랜트 등 해외 부서 인력들의 경우 중동 회사들이 정유나 화학회사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면서 이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주택사업이나 개발사업부의 경우 부동산신탁사나 부동산개발업체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해외수주가 줄고 있어 기존 현장 준공 후 대기인력으로 남아있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직급별로 다양하게 이직을 하거나 새 진로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탈 인원에 신규 채용마저 녹록치 않다보니 고용난이 가중되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70명을 뽑기로 하고 중간에 이탈할 인원까지 감안해 100명을 합격시켰지만, 정작 연수원에는 50명만 들어왔다"며 "그나마도 1년 안에 반이 나가서 현재 해당 기수에 20명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요즘은 전기·기계 등 플랜트 관련 전공자는 물론, 토목이나 건축을 전공한 학생들도 건설사 지원을 기피하고 건설 관련 공기업이나 업종과는 상관없는 분야로까지 지원하는 분위기라서 건설사들이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건설사들의 실적을 견인한 국내 주택사업의 경우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고꾸라지고 있다.
올해 초 부동산114가 조사한 주요 건설사들의 전국 신규아파트 공급 계획 물량은 총 50만가구에 달했다. 이는 청약 등 규제 완화 시기였던 2015년 51만8000여가구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하지만 10월 현재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는 23만7000여가구로, 올해 분양 목표치의 47.4%에 불과하다. 성수기인 9월 분양이 본격화돼야 하는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긴 추석연휴로 시기를 놓친 것이다.
여기에 최대 성수기로 예상했던 10~11월 분양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9.13대책의 후속조치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게 되면서 서울과 주요 인기지역의 분양이 관련 법 개정 이후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위례신도시와 서울·판교·과천 등 세 곳에 바뀐 규정이 시행되기 전까지 분양보증심사를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인기지역의 가을 성수기 분양이 막을 내리면서 올 한 해 새 아파트 분양물량은 당초 계획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4분기 건설사들의 예정 물량은 12만9000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정부의 청약 규제로 10~11월 분양 일정이 12월 이후로 미뤄질 예정이다. 나머지 13만여가구는 아직 분양시기도 확정하지 못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건설사들의 일정이 유동적이라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11월 중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시장이 냉각된다면 올해 분양물량은 지난해 32만7000가구와 비슷하거나 이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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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국제유가 반등으로 3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22억988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2억3405만달러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 연간 수주액은 290억달러로, 이 추세대로라면 연초 전망했던 300억달러 수주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수주는 2010년 71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부터 300억달러 미만에 머물러있다.
해건협 관계자는 "중동 시장의 리스크가 많기도 하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수주 확률이 낮고 유가 흐름에 따라 원가율과 수금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게다가 아시아 시장은 발주물량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에 따라 글로벌 건설사들 경쟁도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SOC예산도 급감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SOC예산을 올해 19조원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수요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의 SOC예산 축소로 향후 4년간 약 30만명의 취업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수주가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매년 10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산연이 조사 발표하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도 지난달 67.9로,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60선에 그쳤다. 지수가 2개월 연속 60선을 기록한 것은 2014년 2~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연이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시행된 영향"이라며 "10월 전망치 역시 80선 초반에 불과해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의 고용유발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큰 만큼 경착륙 가능성이 있는 건설 경기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업 고용유발계수는 10.2로, 전 산업 평균 8.7은 물론 제조업 6.1보다 높다. 취업유발계수 역시 건설업은 13.9로, 전 산업 평균 12.9를 웃돈다. 그만큼 건설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상호 건산연 원장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건설투자는 더 빨리,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악재가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퍼팩트 스톰' 가능성도 있다"며 "일자리 확대와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는 건설투자 활성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