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혁 법무부 감찰관 "계엄 동의 못해" 사의 각 부처 장관 비롯 고위직 사직 가능성 높아져국정과제 스톱 위기… 충격 최소화 대책 내놔야
  • ▲ 비상 계엄령 ⓒ뉴데일리DB
    ▲ 비상 계엄령 ⓒ뉴데일리DB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우리 경제와 관가가 충격에 빠졌다. 비상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공직사회는 당분간 불안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차관들조차 일정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회의해봐야 한다", "확인해봐야 한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일 관가에 따르면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류 감찰관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소집한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한 직후,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박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고 최근 대통령실을 향한 각종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고위직 중심의 추가 사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나아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무위원(장관) 전원 사퇴 요구에도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기존에 추진해왔던 국정 과제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윤 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으로 추진해온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교체를 노리는 야권이 분노한 민심을 의식해 정부·야당에 협조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 ▲ 정부세종청사 ⓒ뉴시스
    ▲ 정부세종청사 ⓒ뉴시스
    나아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임기 말에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직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놓고 감사나 수사를 받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보신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비상 계엄령 이후 업무에서 변화는 없고 평소와 같지만 모두 긴장감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비상 계엄령이 이미 해제됐기 때문에 상황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며 "이제 경제부처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를 해야 하고 행정은 행정대로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큰 충격을 주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감담회(F4)를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의 부처 장·차관들은 간부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거나 일정을 취소하며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계획했던 경기 이천의 대설 피해지역 현장 점검과 안산 선감학원 사건 국가 사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국장 긴급회의를 주재했고, 보건복지부는 이기일 1차관이 참석해 개최하려던 자립준비청년 장학금 지원사업 업무협약식 일정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