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적 불안 노출… 국내 채권시장 약세 “정치적 소란, 주식보다 채권에 부정적… 위험관리 필요”기업대출 줄이는 은행권… “고환율에 건전성 관리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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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이번 사태가 국내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한국 정치 국면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가뜩이나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도 이전보다 커지면서 은행들 역시 자본건전성을 위협받고 있어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1%포인트) 오른 연 2.608%를 나타내고 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연 2.626%, 2.749%로 2.6bp, 3.7bp 올랐다.지난 밤 노출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린 것이다. 채권 금리는 신용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자금을 유치하려면 신용이 낮을수록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한다.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계엄이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있기도 했지만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낮아졌다는 코멘트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도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채권금리는 국채보다 더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이 경우 부진한 국내증시 대신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의 재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국가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노이즈는 주식보다 채권 자산에 부정적 재료로 판단된다”면서 “계엄령 이슈는 단발성으로 그칠 것으로 보이나 위험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흐름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증시 부진이 심화하고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경우 남는 건 은행대출 밖에 없지만, 은행들도 여력이 많지 않아 이미 기업대출을 줄이는 중이다.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말 기업대출 잔액은 829조5951억원으로 전월 말(830조3709억원) 대비 7758억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조13억원이나 감소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건전성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계절적으로 연말이면 기업도 부채관리를 하게 되는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연말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11월 대기업대출이 1조원이나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통상 12월에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이 전월대비 감소하긴 하지만 11월에는 증가했었다. 11월 기준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2021년 2조5000억원, 2022년 4조2000억원, 2023년 3조6000억원 늘었다.그만큼 은행들도 최근 자본건전성 관리에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특히 이번 계엄사태로 원화 약세가 심화할 경우 은행들이 대출문을 더 굳게 걸어 잠길 수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화로 빌려준 대출의 원화 환산 값이 커지면서 자본비율 하락 요인인 위험가중자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원화약세 현상과 관련해 “지금 환율로 만약에 12월이 되면 각 금융사들의 자본비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사실은 각 금융사들은 자산을 줄여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