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날·빼빼로데이 쉬어버리면 어쩌나… 대형마트 규제 이후 전반적 소비 위축
  • ▲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복합쇼핑몰. 복합쇼핑몰은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복합쇼핑몰. 복합쇼핑몰은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대형마트 규제'가 당초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아무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히려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대형마트와 쇼핑몰 모두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의무적으로 매달 이틀을 휴업한다.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이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 등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달 이틀을 휴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 등을 규제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5년을 넘기면서, 실제적으로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문제는 같은 기간 전통시장도 함께 침체된 것이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은 2013년 18.1%였던 소비 증가율이 2016년 -3.3%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규제가 소상인 매출sor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복합쇼핑몰 등으로 소비 심리 자극에 나선 상황이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오히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복합 쇼핑몰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의무 휴업일에 입점된 마트가 문을 닫게 되면 쇼핑몰 전체 분위기가 영향을 받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몰의 한쪽 셔터가 내려져 있는 것이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의무적으로 쉰다고 해서 그날 빠진 매출이 모두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으로 간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오히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다시 말해 다 죽이겠다는 규제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 역시 "취지는 좋았지만 대형마트가 한달에 두번 쉬어서정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냈느냐, 그걸 봐야하는 것 아니냐"며 "이만큼 지켜봤는데도 오히려 소비심리가 위축돼 대형마트고 전통시장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죽게 생겼다. 그런데 계속 대형마트는 '악'이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은 보호받아야 할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최근만 해도 제과업계 연중 최대 성수기 중 하나였던 '빼빼로데이'가 대형마트 휴무일과 겹치면서 과거와 달리 조용히 지나가기도 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기념일 당일에 영업을 할 수 없다보니 마케팅에 힘을 받지 못하고, 대형마트가 이끌어주지 않는 빼빼로데이 마케팅은 제과업계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키게 됐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제과업체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이벤트 등 마케팅을 준비하지만, 당초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이날을 노리고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해왔다"며 "하지만 올해 당일에 쉬다보니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수능 응원과 합쳐서 특화 매대를 만드는 등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들이던 힘을 조금 뺀 분위기여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 ▲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 매장. 빼빼로데이 시즌이지만 당일인 11일이 휴일이어서 평년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 매장. 빼빼로데이 시즌이지만 당일인 11일이 휴일이어서 평년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뉴데일리 임소현 기자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대형마트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이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한 전통시장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는 "대형마트가 쉬다보면 그래도 그날만큼은 어쩔 수 없이 소상공인들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이 있지 않았겠나 싶다"며 "실질적으로 (대형마트 규제가) 얼마나 우리(전통시장)한테 도움이 됐냐고 물어보면 얼마나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에서 1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대형마트 규제보다, 최근 수년간 온누리 상품권이라든지 전통시장 지원금, 청년노점같은 전통시장을 살리는 취지의 제도들이 더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게 먼저지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시장으로 사람이 올것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규제의 허점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허점이 백화점과 쇼핑몰의 제외다. 정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고객이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백화점과 쇼핑몰이 복합 쇼핑공간으로 발달하면서 차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대규모 가구 쇼핑몰인 이케아 역시 스낵 마켓을 운영 중이고, 생활용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판매 품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규제 대상을 대형마트에 한정하는 한 규제가 갖는 의미가 축소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가운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강제로 영업을 제한할 수 있는 유통 업태에 복합쇼핑몰을 포함시키는 법안(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대형마트처럼 복합쇼핑몰도 월 2회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안 역시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복합쇼핑몰 입점업체의 70%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합쇼핑몰 영업 제한은 입점 자영업자의 피해를 유발, 사실상 유통산업발전법 자체의 목적이었던 소상공인 보호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업계 사이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지적을 피하겠다고 개정을 거듭한다면 사실상 본래 취지조차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당장 눈앞에 발생한 문제만 피하려고 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안 시행으로 본래 취지는 얼마나 달성됐는가, 방법이 옳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고, 문제가 지적된다고 개정에만 급급하다보면 되려 업계 활성화를 저해하는 무의미한 규제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