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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이 병들고 있다. 이슈에 민감한 '롤러코스터' 매출에 가격 할인경쟁이 우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인 업계에 수제버거 트렌드까지 겹쳐 최근 몇년간 치열해진 경쟁 속 브랜드 가치 경쟁보다는 가격 출혈 경쟁이 두드러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버거 프랜차이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다. 가격 인상을 하는 동시에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는, 그야말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조삼모사'의 형국이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지알에스는 2017년 영업이익이 31억6200만원으로 전년(192억6600만원) 대비 83.5%나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311억9000만원으로, 같은기간 113억2800만원에서 2.5배 이상 뛰었다.
물론, 롯데리아 외 다른 브랜드와 함께 집계된 수치이지만 이 상황에서 롯데리아가 좋은 실적을 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롯데리아는 최근 버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각종 할인 행사를 내걸었다. 1+1 행사는 물론, 시간대별 할인, 요일별 할인 등에 나섰다.
맥도날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20개가 넘는 매장을 정리했다. 각종 부정 이슈에 휘말리며 실적 하락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맥도날드는 서울 주요 상권에 위치하던 매장까지 폐점해야 했다. 맥도날드는 상시 할인 행사인 '맥올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가 포함된 구성이어서 단품보다는 맥올데이를 찾는 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시 할인 프로모션인 '올데이킹'을 운영 중인 버거킹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버거킹은 2015년만해도 121억3837만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이 2년만인 2017년 14억7270만원으로 가라앉았다. 비교적 가격 할인에 힘을 들이지 않던 과거와 달리 버거킹이 적극적으로 가격 할인에 나선 이유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버거킹도 상시 할인 경쟁에 참전했다.
이 외에도 버거 프랜차이즈의 가격 경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할인 경쟁 공세에 다른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버거 프랜차이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다. 맥도날드와 모스버거는 지난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롯데리아, KFC, 버거킹, 맘스터치가 줄지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
한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점포수가 많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격 할인 경쟁이 버거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치더라도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의 경쟁이 지속된다면 국내 버거 시장은 사실상 미래가 없다. 쇠퇴하는 단계"라고 우려했다.
SPC그룹의 쉐이크쉑을 필두로 불어닥친 수제버거 트렌드 역시 버거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였지만, 수제버거에 대항해 가격 경쟁으로만 대응한 기존 버거 업체들의 태도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쉐이크쉑은 기존 버거 제품과 비교해 크게는 5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비교적 고가의 수제 버거 브랜드다. 하지만 쉐이크쉑은 최근 7호점까지 오픈하며 국내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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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버거 플랜트가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신세계푸드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신중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사실상 오른 버거 플랜트의 제품 가격은 기존 버거 프랜차이즈의 프리미엄 제품 라인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 오히려 더 저렴한 제품도 있다. 이는 역으로 기존 버거 프랜차이즈의 가격 경쟁이 현실적이지 않은 시장 가격을 만들어냈다는 반증이다.
버거 제품은 오랜 기간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되기도 하고, 소소한 행복을 주는 간식이 되기도 해왔다. 트렌드 변화에 맞춰 다양한 버거 제품이 등장했고, 기호에 따른 선택권도 넓어졌다. 바빠진 현대인들에게 버거 시장의 미래는 중요하다. 지금 현재의 출혈 경쟁에만 빠져있을 일이 아니다. 가격 경쟁에 힘을 빼야만 시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