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룰 예외적용 가능한지 금융위에 유권해석 질의수탁전문위 반대 의견에 추가 회의 잡은 배경도 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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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한진칼·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무리한 꼼수를 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수탁자전문 책임위원회에서 사실상 부결된 사안을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뒤집기 위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산하 수탁자전문 책임위원회는 오는 29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2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3일 첫 회의에서 한진칼의 경우 총 9명의 위원 중에서 반대 5명과 찬성 4명의 의견이 나왔고, 대한항공은 반대 7명과 찬성 2명의 의견이 제시됐다.

    결과적으로는 주주권 행사 여부가 부결된 셈이지만, 수탁자전문 책임위원회는 합의된 의견이 아닌 위원들의 각자 의견을 그대로 기금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금위는 오는 2월 1일 회의를 열고 적극적인 경영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많은 상황이 문 대통령의 발언과 상충되기에 이를 뒤집기 위한 방안으로 두 가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위에 언급된 수탁자전문 책임위원회 추가 회의가 첫 번째다. 이미 결정난 사항을 다시 뒤집기 위해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탁자전문 책임위원은 “내일 회의를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안건도 애매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이미 결론난 안건이 다시 뒤집히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연금이 금융위원회에 이른바 '10% 룰'에 대한 예외적용이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질의한 것도 꼼수 부리기의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단순 투자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와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 단기매매 차익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지 등을 물어본 것이다.

    '10% 룰'은 자본시장법상 특정 주주가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상황에서 단순투자 목적일 경우에는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에는 지분이 1주라도 변동이 있을 경우 5거래일 내에 신고해야 하고, 6개월 내 단기매매 차익을 해당 기업에 돌려줘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68%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10% 룰이 적용된다. 즉, 국민연금이 현행법상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게 되면 지분 변동에 대해 5거래일 내 신고하고, 6개월 내 단기매매 차익을 반환해야 된다.

    지분 변동에 대해 철저하게 신고가 이뤄지게 되면 국민연금 거래에 따라 대한항공 주가는 크게 출렁이게 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매매 차익 반환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최소 100억원 이상의 차익금을 반환해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조원 가량의 투자손실을 기록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적잖은 금액이다. 이 부분이 수탁자전문 책임위원들의 가장 우려했던 점이고,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수탁위 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식을 통해 얻은 단기 매매차익은 ▲2016년 123억원 ▲2017년 297억원 ▲2018년 49억원 등 총 469억원에 이른다. 만약 국민연금이 그 기간 동안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했다면 3년간 손실이 469억원에 달한다는 의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기금위의 한 위원은 “국민연금이라고 해서 예외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금융위에 유권해석 질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결론이 뒤집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말 그대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금위 위원도 “상식적으로 국민연금만 예외 적용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며 “억지로 유권 해석을 할 경우에는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반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벼룩을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20명)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정부 대표 4인으로 구성되는 당연직 6명과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대표 3인, 지역가입자대표 6인, 전문가 2인 등 위촉직 14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작심 발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