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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교육 시설 대상 공기청정기 보급 확대 계획을 내놨지만, 정화용량 등 제품 기준이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효과를 위해서는 각급 교실 환경을 고려한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1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유치원, 초등학교 교실 6만4000여 곳에 청정기를 보급한다. 중·고등학교는 올해 말까지 설치를 완료하며, 교육부는 이달 들어 잦아진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에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최근 공공기관 입찰 정보 사이트 나라장터에 올라온 청정기 사업 관련 공고를 살펴보면, 청정기 용량 등 제품 조건이 지자체마다 다르다.
교실 한 칸에 30평용 대용량 청정기 한 대를 설치해야 하거나, 10평형용 제품을 복수로 설치해도 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 교실 평균 면적인 약 20평(66㎡)을 어떻게든 채우면 되는 식이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실내 바람 세기와 대류에 따라 성능이 크게 좌우된다. 실내 사용자 움직임, 외부 미세먼지 농도 등 추가로 살펴야 할 요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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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행을 앞두고 관련 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각 공고에서 제시한 공기청정기 설치 기준과 기대 효과가 명확하지 데다, 설치에 각 교실 환경이 고려되지 않아 제대로 된 청정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효과적인 실내 공기 관리를 위해서는 청정기 설치 환경과 사용자 움직임, 실외 공기 오염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평형수에 맞춘 제품 설치만으론 정화 효과를 보기 어려우며, 대규모 정부 사업을 위해선 일반 가정 기준아닌 교육 시설에 적합한 표준 용량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지역의 공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인근 연구기관의 자문을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제품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교실 평형수만 맞춰 제품을 보급하는 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주먹구구식의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 입찰 사업을 준비하는 공기청정기 업계의 혼선도 예상된다. 지역, 학교별로 다른 입찰 조건을 올해 안으로 급히 쫓아야 하는 탓에 곳곳에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청정기 업계 관계자는 “지역, 입찰 건 별로 기준이 달라 이를 확인하고 맞추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보급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